'비스트 사태' 처음 아냐…신화·엠씨더맥스도 팀 이름 갈등

입력 2017-02-13 07:35
'비스트 사태' 처음 아냐…신화·엠씨더맥스도 팀 이름 갈등

가요계 "기존 비스트 아니면 의미없어…상표권 양도 등 합의점 찾아야"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그룹 비스트를 비스트라고 부르지 못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큐브엔터테인먼트가 비스트의 전 멤버 장현승을 주축으로 하는 새로운 비스트 결성을 지난 10일 예고하면서 지난해 전속계약 만료로 큐브를 떠난 5인조 비스트가 팀명을 사용하지 못하는 난감한 상황에 놓였다.

팬들은 '두 개의 비스트'가 생기는 당혹스런 상황을 맞자 큐브에 비난을 퍼붓고 있다. 기존 비스트는 예측하지 못한 발표에 당황했고, 작년 팀에서 탈퇴한 장현승조차 이 같은 '무리수'에 '뿔'이 난 눈치이다. 그러나 아직 큐브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비스트라는 팀명에 대한 국내 상표권은 큐브가 보유하고 있다.

13일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큐브는 '비스트'라는 상표를 지난해 1월 5일 음원과 음반, 광고업, 공연업 등 3개 군으로 상표권 출원을 했으며 지난해 1월 25일과 2월 23일, 4월 1일 각각 등록을 마쳤다.

이는 기존 비스트가 큐브의 허락 없이는 관련업을 할 수 없다는 의미로, 그간 비스트의 새 소속사 어라운드어스가 보도자료에 비스트란 팀명을 일절 사용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큐브가 예정대로 새로운 비스트를 만든다면 기존의 비스트는 동방신기에서 떠난 김재중과 김준수, 박유천이 JYJ로 활동한 것처럼 새로운 팀명을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팀명을 둘러싼 상표권 갈등은 처음이 아니다.

국내 최장수 그룹 신화도 팀명으로 분쟁을 한 팀이다.

신화를 데뷔시킨 SM엔터테인먼트로부터 '신화' 상표권을 양수한 회사와 상표권 사용 계약과 관련해 2012년부터 분쟁을 벌인 끝에 2015년 법원의 조정을 통해 상표권을 넘겨받는 데 합의했다.

신화는 상표권의 명의 이전 절차를 밟은 끝에 그간 제약받은 음반 및 다양한 콘텐츠 사업과 해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다.



2007년에는 두 팀의 엠씨더맥스 논란이 있었다.

엠씨더맥스가 전속계약 분쟁을 벌이며 소속사를 떠나자 해당 기획사는 엠씨더맥스 2기를 만들어 싱글을 냈다. 엠씨더맥스에 대한 상표권을 보유한 이 기획사는 기존 멤버들이 팀명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상표 서비스표 사용금지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법원은 상표권을 침해한 사실이 없다며 이를 기각했다.

결국 엠씨더맥스 2기는 정식으로 데뷔하지 못했으며 원조 엠씨더맥스는 현재까지 활동 중이다.

'이제는 우리가 헤어져야 할 시간, 다음에 또 만나요~'란 가사가 익숙한 '또 만나요'로 인기를 끈 1970년대 그룹사운드 딕훼밀리도 2014년 한솥밥을 먹던 원년 멤버들이 같은 팀명 다른 그룹으로 활동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딕훼밀리는 1980년대 초 해체했지만 2004년부터 원년 멤버 이박무와 1집 멤버 이천행이 그룹을 재건해 활동 중인 상황에서 2014년 또 다른 원년 멤버 홍수진이 새로운 멤버를 더해 딕훼밀리를 결성했다. 딕훼밀리의 상표권과 서비스표권은 2012년 등록한 이박무와 이천행 등이 보유해 양측이 얼굴을 붉혔지만 현재 두 팀 모두 같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가요계는 이번 비스트 사태를 보면서 감정적인 대응보다 이성적으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러 아이돌 그룹을 보유한 한 기획사 대표는 "비스트에 대한 상표권이 기획사의 권리는 맞다"면서도 "그러나 이미 비스트가 유명해져 대중에게 각인된 상황에서 3인으로 새롭게 결성된 비스트가 받아들여지겠는가. 대중은 회사의 횡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획사의 홍보 이사도 "기존의 비스트가 아니면 팀명은 의미가 없다"며 "감정의 골이 깊어졌더라도 정당한 대가를 받고 상표권을 양도하는 방향으로 합의점을 찾는 것이 이성적"이라고 말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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