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정은, 트럼프 강경기조에 '잽' 날려…軍 "ICBM은 부담"

입력 2017-02-12 12:55
수정 2017-02-12 13:01
北김정은, 트럼프 강경기조에 '잽' 날려…軍 "ICBM은 부담"

3월 한미연합훈련 계기로 ICBM 발사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김귀근 기자 =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한동안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다가 탄도미사일 도발을 전격 감행한 것은 미국을 겨냥한 '무력시위' 차원으로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과 더불어 미국 정부와 군 당국자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준이 최정점에 도달했다는 인식 아래 대북 선제타격 주장을 공공연히 펼치고 있다.

미국내 이런 기류를 충분히 감지하고 있는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로 트럼프 행정부에 '잽'을 날린 것으로 군은 평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1994년 한때 영변 핵시설 폭격이 검토됐다가 중단된 이후 잠잠해졌던 대북 선제타격 주장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지난 8일(현지시간)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메릴랜드)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인준 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에서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다.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도 7일(현지시간) 미 육군협회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미사일방어 토론회 화상 기조연설에서 "북한을 타격할 수 있는 공격역량을 반드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응해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1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을 통해 "미일 양국은 북한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추가도발을 삼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미국은 전방위 군사력을 통해 본토와 외국의 미군, 동맹을 완전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와 군 당국자들의 대북 강경 발언에 이어 미일 정상까지 대북 압박 기조 의지를 드러내자 북한 김정은이 탄도미사일 발사라는 '무력시위'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것이 군의 분석이다. 다만, 미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ICBM 카드를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은 '파국 국면'까지 가는 것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군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유도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지난 2013년 3차 핵실험을 한 2월 12일을 택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을 볼 때 이후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의 대북 강경 발언과 이에 맞선 북한의 거친 대응 등 '말싸움'이나 '기 싸움' 수준 정도로는 관심을 끌기에 부족하다는 북한 내부 판단도 있었을 것이란 추론이다.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의 핵과 미사일 수준이 이미 고도화됐고, '핵보유국'이 됐다면서 미국이 '군축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해야 한다는 입장이지 북한이 주장하는 '군축협상'에 나설 의도는 없어 보인다. 더욱이 현시점에서 대북 선제타격 주장이 점점 힘을 받고 있으므로 당분간 북-미간 기 싸움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북한은 다음 달 미국 칼빈슨 항공모함 등 전략무기가 투입될 키리졸브 연습을 전후로 실제 ICBM 도발을 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4월 초 ICBM 대출력 엔진이라는 시험장면을 보여주고 김정은이 발사까지 언급한 마당에 분명히 ICBM을 쏠 것"이라며 "그러나 북한이 내세우는 ICBM은 강대국들이 실전 배치한 것과 같은 수준에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three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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