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속 '탄핵 찬반' 광장 열기 고조…촛불-태극기 세대결

입력 2017-02-11 22:46
한파속 '탄핵 찬반' 광장 열기 고조…촛불-태극기 세대결

퇴진행동 "범죄집단이 탄핵심판 지연 시도…긴장하고 촛불 높이 들자"

탄기국 "'최순실 국정농단' 아닌 고영태의 사기사건"

새누리 친박·野지도부 등 정치권도 대거 가세

(전국종합=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를 향해 치닫는 가운데 11일 전국에서 탄핵 찬반 단체들이 대규모 참가하는 집회가 열렸다.

내달 초 헌법재판소 선고 가능성이 제기된 상황이어서 광장은 헌재를 향해 "2월 탄핵", "탄핵 기각"을 외치는 목소리로 가득 찼다.

여야 정치권도 헌재 압박에 가세했다. 야권 대선주자들과 당 지도부는 탄핵 촉구 촛불집회에,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 의원들은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에 참가했다.

◇ 대보름에 뜬 '박근혜 퇴진' 달…한파 속 15차 촛불집회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광화문 광장에서 '2월 탄핵! 특검 연장! 박근혜 황교안 즉각 퇴진, 신속 탄핵을 위한 15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 탄핵심판 지연을 시도하고,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을 음해한다고 주장했다. 영하권에 칼바람이 부는 추운 날씨에도 전보다 많은 인원이 광장에 모였다.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박 대통령과 그를 비호하는 범죄집단은 이달 28일 특검 수사가 끝나고 내달 13일 이정미 헌법재판관 임기가 끝날 때까지만 버티면 탄핵이 물 건너간다는 기대감으로 버틴다"며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는 만큼 더 긴장하고 촛불을 더 높이 들자"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오지원 변호사는 "박근혜와 그 일당은 특검 수사가 2주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도 우기고, 피하고, 시간만 끌며 단 한 번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며 "우리가 특검을 포기한다면 박근혜는 유유히 법망을 빠져나가 면죄부를 받고, 우리 세금으로 예우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민모씨는 자유발언에서 "오늘 여기 모인 우리가 침묵한다면 따뜻한 봄 대신 박근혜 때문에 덥고 짜증나는 여름을 맞을지도 모른다"며 "지쳐있는 우리 가족과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촛불을 들자고 격려하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헌재 탄핵안 기각설 등 풍문이 나온 뒤여서 야권 인사들 참여도 눈에 띄게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 우상호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대권 주자가 모습을 보였다.

본 집회 말미에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박 대통령 퇴진을 기원하며 '퇴진'이라고 쓴 라이트 벌룬을 공중에 띄우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행진은 탄핵심판을 심리하는 헌재 방면에 집중됐다. 종전에는 청와대와 헌재, 대기업 사옥 3개 방면으로 대열을 나눴으나 이날은 일단 청와대 방면으로 1차 행진하고서 이어 전 대열이 헌재 쪽으로 이동했다.

참가자들은 행진 중 박 대통령 퇴진을 비는 메시지를 담아 소원지 태우기, 강강술래 등 전통행사 퍼포먼스도 벌였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대권 주자 등 정치권 주요 인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조기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이어졌다.



부산 서면 중앙로 집회에서는 신속한 탄핵과 특검 수사기간 연장, 박 대통령-황교안 권한대행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참가자들은 문현교차로까지 행진하고서 정월 대보름을 맞아 '달집태우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광주 동구 금남로 집회는 정월 대보름을 맞아 떡메치기, 찰밥나눔, 제기차기, 쥐불놀이 등 다양한 민속놀이와 함께 열렸다. 안희정 충남지사,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도 참석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서울 75만명을 비롯, 전국에서 연인원(누적인원) 80만6천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했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이달 중 동력을 최대한 끌어모아 18일 대규모 집회를, 25일에는 서울 집중집회를 열 계획이다.

◇ 태극기 집회 "'최순실 국정농단' 아닌 '남창 게이트'"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들도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탄핵 기각과 특검 해체를 촉구했다.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촛불집회 장소인 광화문 광장에서 500여m 떨어진 대한문 앞에서 탄핵 반대집회를 개최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그간 탄핵 반대단체가 '특검이 수사 대상이 아닌 사안을 수사하고 피의사실을 공표했다'고 지적한 것을 언급하면서 "특검 수사 기간을 연장해달라고 하는데 연장하기는커녕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기국 대변인인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은 "지금 '최순실 국정농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말하기도 부끄러운 호스트바 '남창' 고영태가 저지른 사기사건"이라며 '남창 게이트'로 부르자고 참가자들에게 제안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강추위 속에 두꺼운 패딩을 입고 장갑을 낀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었다. 일부는 인근 음식점 등에서 집회 현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집회 사회자 지시에 맞춰 '탄핵기각', '탄핵무효', '국회해산', '특검해체' 등 구호를 외치고 '아 대한민국'과 함께 '최후의 5분', '전선을 간다' 등 군가를 불렀다.

참가자들은 이후 숭례문·염천교·중앙일보사를 지나 대한문까지 4㎞를 행진했다. 중앙일보사 앞을 지날 때는 손석희 JTBC 사장에 대해 격한 발언을 쏟아내고, 사옥으로 못들어가게 막는 경찰에 항의하기도 했다.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은 이날 집회 참가자로 가득 찼다. 탄기국은 참가자가 210만명이라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조원진·윤상현 의원 등 친박계 의원들과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도 참석했다.



같은 시간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 앞에서는 탄핵반대 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1만명이 참석했다고 발표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저도 박근혜 대통령과 8년을 일했는데 가장 깨끗한 대통령이었다"며 "이렇게 대통령을 탄핵하는 우리나라 국회의원들과 야당만의 검찰인 정치 특검을 탄핵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이날 서울시내에 경비병력 196개 중대(약 1만5천600명)를 투입해 탄핵 찬반집회 참가자 간 충돌 방지와 질서유지에 나섰다.

(이종민 장덕종 임기창 권영전 김예나 최평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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