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외교'로 미일동맹 강화하고 웃음짓는 아베 노림수 뭘까

입력 2017-02-12 09:11
'조공외교'로 미일동맹 강화하고 웃음짓는 아베 노림수 뭘까

日, 경제적 손해 예상되나 트럼프 지지로 '전쟁 가능한 국가' 탄력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간 정상회담은 표면적으로는 큰 이견 없이 서로 안보·경제 분야의 공조를 확인한 것으로 요약될 수 있다.

그러나 이면을 들여다보면 일본으로선 경제적인 측면에서 적지 않은 손해가 예상된다. 그런데도 아베 일본 총리는 만면에 웃음을 거두지 않는다.

단순히 외교적인 제스처만은 아닌 것 같다. 실제 아베 총리는 이번 회담 결과에 흐뭇해 하는 것 같다.

회담 전 아베 총리가 미국 내 일자리를 대거 창출하려는 투자 선물 보따리를 안겨 '조공외교'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킨 탓인지 회담 전에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불협화음이 회담장 밖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벼르다시피 해온 주일미군 주둔비용 분담 증가 요구, 일본의 자동차 산업·대미 무역흑자·환율정책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본은 회담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비즈니스맨'이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말을 꺼내지 않았을 뿐 적절한 시점을 잡아 미일 간에 불균형하다고 여기는 사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게 일본 내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 때문에 일본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 간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에, 일본은 반대해왔지만, 미국은 원하는 미일 양자 간 협력 논의가 포함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미국으로선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염두에 둔 것으로, 환율·자동차 산업 분야에 대한 미국의 일본 압박 신호탄으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이 재정 및 금융·인프라투자·양자무역 협의 등 3개 분야 논의를 진행하기로 해 이를 통해 트럼프 미 행정부는 아베 정부에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공간을 통해 자동차 문제와 엔저 현상에 대한 일본의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아베 총리를 이런 점들을 그다지 중요시하지 않아 보인다.





그러면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위협 대처 이외에 미일 동맹 강화 등을 논의하는 데 집중했다.

주일미군의 핵과 재래식 전력을 통해 미국의 확고한 일본 방어를 약속받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영향력 강화를 유도했으며, 중일 분쟁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의 미일 안전보장조약 제5조 적용 대상임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 영유권 분쟁에서 중국의 거센 공세에 직면한 센카쿠 열도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지지를 얻어낸 데 흐뭇해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이나다 도모미(稻田朋美) 방위상과의 회담에서 일본의 방위비 확대는 "올바른 방향"이라고 거론한 데 이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에 고무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제 트럼프 미 행정부라는 든든한 '배경'을 업고 군사력 강화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0일 새해 시정연설을 통해 '전쟁가능한 일본' 으로의 헌법 개정 의지를 분명히 한 아베 총리는 이번 미일정상회담 결과를 바탕으로 이와 관련해 속도를 더 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2년 12월 취임 이후 군국주의 행보를 가속해온 아베 총리는 그동안 암묵적으로 유지해온 GDP 1% 이내 국방비 산정 원칙을 깬 만큼 군사력 강화를 노골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미국과 합동으로 센카쿠 영유권 강화 제스처를 할 것으로 보여, 중국과의 갈등과 대립이 더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필요에 따라선 미국과 함께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에도 개입할 가능성도 있다.

아베 정권은 이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팽창'을 저지하면서, 미국과의 공조를 통해 동북아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이럴 경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어 주변국들의 반발이 거세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트럼프-아베 정상회담, 그에 이은 두 정상의 에어포스원 동승후 골프 회동은 아베 총리로선 개인의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이벤트였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 대선 기간인 작년 9월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만나 친밀감을 과시함으로써 사실상 '지원하는' 행보를 한 아베 총리에 대해 트럼프 후보 가 '앙심'을 품었음 직하며, 이 때문에 아베 총리는 작년 11월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만나러 뉴욕을 달려가 마음을 푸는 데 주력했고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밀월 '을 과시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군국주의 가도를 달리는 아베 총리로선 트럼프 대통령의 '얼었던' 마음을 돌려, 지원군으로 만듦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구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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