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트럼프에 대한 '선물'로 스노든 인도 검토"
美 NBC 방송 자국 정보기관 인용 보도…스노든과 변호사는 가능성 부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친(親)러 성향을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로 자국에 체류 중인 전(前) 미국 정보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을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 NBC 방송은 10일(현지시간) 자국 정보기관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정보당국이 러시아 측의 스노든 인도 검토 정보를 확보했다고 전했다.
미국 정보요원들이 작성한 러시아 정보기관 활동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정보당국은 트럼프에게 '선심'을 베푸는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하나로 스노든 인도가 고려되고 있다고 방송은 소개했다.
이 같은 정보를 제공한 소식통은 방송에 트럼프 취임 이후 러시아에서 그러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이 스노든을 위해 선임한 벤 비즈너 변호사는 방송에서 "그러한 신호를 받은 바 없다. 걱정할 어떤 새로운 근거도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스노든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NBC 보도에 대해 "마침내 내가 러시아 정보기관에 절대 협조하지 않았다는 반박할 수 없든 증거가 나왔다. 어떤 나라도 스파이를 거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남은 스파이들이 다음은 자신들의 차례임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고 적었다.
러시아 정보당국이 자신을 미국에 넘겨주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자신이 러시아 당국에 협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비꼬면서 자신의 미국 송환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다.
일각에선 그동안 스노든이 러시아 정보당국에 비밀 정보를 넘기며 협조함으로써 러시아 체류 허가를 받은 것이란 주장을 제기해왔다.
앞서 전(前) 미 중앙정보국(CIA) 부국장 마이클 모렐은 지난달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에 맞춰 스노든을 미국에 넘기는 선물을 할 멋진 기회를 갖고 있다"며 스노든 인도를 종용했다.
이에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모렐 부국장이 한 제안의 핵심은 보호를 요청한 사람을 선물로 바치라는 배반의 이데올로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2013년 6월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개인정보 수집실태를 폭로하고 홍콩에 은신했던 스노든은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가려 했으나 미 당국의 여권 말소 조치로 모스크바 국제공항 환승 구역에 한 달간 발이 묶였다가 같은 해 8월 1일 러시아로부터 1년 임시망명을 허가받았다.
스노든은 임시망명 기간이 끝난 2014년 8월 다시 러시아 이민 당국으로부터 3년간의 거주허가('비드 나 쥐텔스트보')를 취득해 모스크바에서 생활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러시아 이민 당국은 오는 8월로 시한이 끝나는 스노든에 대한 거주허가 기간을 2020년 8월까지 3년 더 연장했다.
스노든의 러시아 체류지는 여전히 기밀에 부쳐져 있다.
미국에선 스노든의 사면을 촉구하는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으나 미국 정부는 그가 귀국해 국가기밀 폭로죄등에 대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스노든은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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