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중국해서 마주친 미·중 정찰기…화해 분위기 깰까 "상호자제"

입력 2017-02-11 13:11
남중국해서 마주친 미·중 정찰기…화해 분위기 깰까 "상호자제"

조우한 다음날 트럼프, 시진핑에 취임후 첫 전화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과 미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 상공에서 양국 정찰기가 서로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친 사건과 관련해 양측 군대가 큰 충돌 없이 넘어간 것은 최근 미중 정상회담까지 거론되며 화해 분위기로 돌아선 양국관계를 고려한 결정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의 정찰기가 이렇게 가까운 거리까지 근접하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라며, 양측 모두 과도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상호 자제한 결과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1일 보도했다.

중국의 KJ-200 조기경보기와 미 해군의 P-3C 해상 초계기는 지난 8일(현지시간) 남중국해 스카보러 섬(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인근 국제 공역에서 305m 거리까지 근접했다.

미군과 중국군 모두 이번 사건을 '매우 이례적'이고 '위험한' 사건으로 평가하며, 일반적인 상황보다 자제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SCMP는 한 군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양국 정찰기가 위험한 수준까지 근접했는데도 전투기를 투입해 격추하지 않은 것은 양국이 서로 자제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군 측은 "(중국 정찰기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항로를 변경했다"며 먼저 기수를 돌렸다고 밝혔다.

중국 상하이 해군기지 군사 전문가인 니러슝도 "중국의 대응은 차분했다"며 "중국은 많은 문제를 일으키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양국이 이런 자제된 반응을 보인 것은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 등으로 냉랭했던 양국관계가 최근 화해 국면으로 돌아서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두 정찰기가 초 급접 거리에서 조우한 바로 다음 날 양국 정상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첫 전화통화를 했고, 미중 정상회담까지 거론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유권 분쟁 지역에 전투기를 보내 상대방 정찰기를 격추하는 것은 이제 막 피어난 불씨에 찬물을 끼얹는 것과 같다.

또 이번 두 정상 간 전화통화 전 양국 고위 관료 간에 긴밀한 소통을 해왔다는 것으로 미뤄 자칫 큰 충돌로 이어질 뻔한 사건을 사전에 조율했을 가능성도 있다.

SCMP는 이런 배경 외에 중국군이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南沙群島>·베트남명 쯔엉사군도·필리핀명 칼라얀군도)의 인공섬에 설치한 3천m 길이의 활주로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 중국 군사 전문가는 "미군 정찰기를 격추하지 않은 것은 난사군도 인공섬에 있는 중국군 활주로가 아마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며 "하이난다오에서 스카보러 섬까지 전투기가 비행하면 연료가 떨어져 돌아갈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전투기는 KJ-200과 달리 항행 거리가 길지 않다"며 "인공섬에 설치한 활주로에서는 아직 중국군의 전투기가 이착륙할 수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chin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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