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명 중에…' 학생운동가만 기소…태국 '왕실모독' 악용 논란

입력 2017-02-11 12:25
'2천명 중에…' 학생운동가만 기소…태국 '왕실모독' 악용 논란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태국 법원이 국왕의 개인사에 관한 온라인 기사를 소셜미디어에서 공유한 혐의로 학생운동가를 정식 재판에 넘기기로 해 논란을 빚고 있다,

문제의 기사를 공유한 사람이 2천 명이 넘는데도 유독 군부정권을 비판해온 이 학생만 기소의 대상이 되면서, 군부가 왕실모독 처벌법을 체제 유지에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1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국 북부 콘캔주(州) 지방법원은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라마 10세)에 관한 BBC 타이의 온라인 기사를 공유한 자투팟 분팟타라락사(28)를 국왕모독 혐의로 정식 기소 재판정에 세우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와치랄롱꼰 국왕 즉위 당시 BBC 타이가 온라인에 게재한 국왕 관련 인물기사를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한 혐의로 체포됐다.

당시 국왕의 왕세자 시절 개인사를 다룬 것으로 알려진 이 기사를 온라인에서 공유한 사람은 2천여명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왕실모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것은 자투팟이 유일하다.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군부가 군부정권을 비판해온 유명 학생운동가 출신인 자투팟을 처벌하기 위해 왕실모독 처벌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군부가 왕실모독 혐의를 적용해 반체제 인사를 통제하려는 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군부는 최근 캄보디아로 도피한 일부 반체제 인사들이 국왕을 모독하고 있다면서 캄보디아 정부에 관련자 추방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따라 태국 주재 유엔 인권사무소도 군부가 왕실모독 처벌법을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태국에는 왕실모독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법 조항이 존재한다.

왕실모독에 관한 규정을 담은 형법 112조는 왕과 왕비, 왕세자와 섭정자 등 왕실 구성원은 물론 왕가의 업적을 모독하는 경우 최고 1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왕실모독 행위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지만, 2014년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군부는 이 법을 폭넓게 적용해 왕실모독 행위를 철저하게 단속해왔다.

한편, 군부 최고지도자인 쁘라윳 찬-오차 총리는 전날 "민주주의와 인권, 자유에 집착하다보면 나라가 무정부상태가 될 것"이라며 "국가 개혁과 국민 통합을 달성하려면 현존하는 법률과 같은 다른 원칙들도 고려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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