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소통 불가' 정부 홈페이지…대부분이 비공개
ICT 주무 미래부·방통위 등도 전화번호만 공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정보통신기술(ICT) 정책 담당 부처·기관들을 포함해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 대부분이 업무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ICT 강국이라는 자부심에도 불구하고 업무에는 홈페이지나 이메일 등 가장 기본적인 IT 도구조차 잘 쓰지 않는 한국의 실태를 보여 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3일 연합뉴스가 확인한 결과 ICT 주무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를 포함한 정부부처들은 홈페이지의 조직도와 직원안내 등에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지 않고 유선 전화번호만 기입해 놓고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www.kisa.or.kr), 정보통신정책연구원(www.kisdi.re.kr) 등 ICT 관련 주요 공공기관이나 정부출연연구소들도 대부분 마찬가지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의 ICT 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www.fcc.gov)의 경우 아지트 파이 위원장까지 포함해 업무 담당자 전원의 이메일 주소를 홈페이지의 직원안내에서 검색할 수 있도록 공개하고 있다. 또 홈페이지에서 해당 담당자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는 기능도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정부부처나 기업의 홈페이지가 주로 일방적 홍보를 위해서 쓰이고, 업무를 위해 외부로부터 연락을 받거나 대외 소통을 하는 창구로는 잘 쓰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 주는 것이라는 게 IT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외국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업무 논의를 전화 대신 이메일로 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라며 "논의 과정이 자동적으로 남고, 또 정보를 알려 줘야 할 사람들의 범위를 편하게 지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미국 등에서 민원인이 공무원과 접촉할 때는 근거 자료를 남겨 두는 것이 여러모로 서로 좋기 때문에 중요한 논의는 전화가 아니라 이메일로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메일 주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공개된 이메일 주소를 자동으로 무단 수집해 스팸 발송에 악용하는 사례가 많은데, 스팸 메일이 업무용 이메일로 대거 들어오면 업무에 지장이 있다"고 비공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정보통신산업진흥원(www.nipa.kr)이나 국가과학기술연구회(www.nst.re.kr)와 그 산하 일부 연구소 등이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고 있는 사례를 보면 이런 해명도 딱 들어맞지는 않는다.
이 기관들은 홈페이지 열람자가 기계가 아니라 실제 사람임을 확인하기 위해 팝업창으로 간단한 질문을 던지고 열람자가 올바른 답을 입력하면 담당자 이메일 주소를 볼 수 있도록 하는 스팸 방지책을 채택했다.
또 설령 정부부처의 담당자 이메일 주소 자체를 공개하는 것이 업무 효율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곤란하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담당자 앞으로 이메일을 보내는 기능조차 홈페이지에 없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선진국의 공공기관 홈페이지들은 업무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공개하는 경우가 많으며, 비공개로 하는 경우라도 민원인이 메시지를 남기면 담당자 이메일로 전달하는 기능은 대부분 갖추고 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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