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美호놀룰루 공항서 추방…총영사관, 이민당국에 항의
(워싱턴·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강영두 장현구 특파원 = 호주 브리즈번에서 출발해 미국 뉴욕으로 가던 우리 국민이 경유지인 미국 하와이 주 호놀룰루 공항에서 강제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호놀룰루 한국 총영사관은 피해 국민의 진술을 토대로 미국 세관국경보호국(CBP)을 상대로 진상 규명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에 따르면, 호주 농장에서 일하는 김승우(27) 씨는 지난 2일 브리즈번을 떠나 뉴욕행 항공편을 타려던 호놀룰루 공항에서 이뤄진 4시간 가까운 이민 심사에서 미국 입국 거부 판정을 받았다.
추방 명령을 받은 그는 중범죄자들이 수용된 공항 근처 연방 구치소에서 머물다가 다음날인 3일 인천행 비행기를 타고 귀국했다.
김 씨는 한국과 미국의 비자 면제 협정으로 미국 입국 후 최장 90일간 합법 체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에스타·ESTA)를 신고해 지인이 있는 뉴욕에 갈 예정이었으나 CBP의 알 수 없는 처사로 추방당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특히 CBP가 강압적 취조로 하지도 않은 과거 미국에서의 불법 취업을 강요했고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수갑을 채웠으며 이민 관련 수용 시설도 아닌 연방 구치소에 갇혔다며 귀국 후 8일 총영사관 측에 항의했다.
총영사관의 한 관계자는 10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뉴욕에 있는 김 씨 지인의 제보로 3일 사건을 최초로 인지해 즉각 CBP에 관련 사실을 문의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김 씨의 신고를 토대로 CBP에 진상 파악을 촉구하는 항의 공문을 보내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CBP의 대응을 문제 삼을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김 씨가 과거 뉴욕에서 불법 취업한 일이 없다고 밝혔지만, CBP가 영어가 서툰 김 씨를 상대로 강압적으로 이를 밀어붙인 점이다.
불법 취업 기록을 제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CBP 요원이 자의적으로 판단했을 개연성이 크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김 씨의 영사접견권을 CBP가 의도적으로 방해했는지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김 씨가 CBP에서 직접 영사접견권 안내를 받지 못했고, 한국인 통역을 통해서도 그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알려왔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사건 최초 인지 당시 CBP에 연락해 한국인이 억류된 사실을 알려달라고 했으나, CBP는 김 씨가 영사접견권을 거부했기에 관련 팩스를 총영사관에 보내지 않았다고 전했다"면서 "CBP의 정확한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CBP가 만약 의도적으로 영사접견권을 알리지 않았다면 외교 마찰로도 비화할 수 있다.
CBP는 김 씨를 연방 구치소에 가둔 것과 관련해 "호놀룰루 공항에 불법 이민 구금자를 가둘 수용 시설이 없어 공항 인근 구치소에 수용했고, 이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국민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말을 총영사관에 전해왔다고 한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원래 호놀룰루 공항의 이민 심사가 까다롭긴 하나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 후 전반적으로 CBP의 심사가 강화해 추방으로 이어진 것인지, CBP 요원 개인이 무리하게 김 씨를 추방한 것인지 속단할 수 없다"고 전했다.
주호놀룰루 총영사관은 공항 CBP를 상대로 자체 진상 규명과 우리 국민 인권 보호에 나서면서 워싱턴 DC에 있는 주미 한국대사관에도 도움을 요청해 CBP에 재발 방지 대책을 따질 예정이다.
미국 사회의 강경해진 반이민 분위기로 합법적인 영주권, 미국 국적을 지닌 우리 동포들마저 공항에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재 한인 사회에서 확산하고 있다.
k0279@yna.co.kr,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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