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비용내고 '혹시나' 보관한 가족제대혈, 활용 드물어

입력 2017-02-12 07:00
수정 2017-02-13 05:36
비싼 비용내고 '혹시나' 보관한 가족제대혈, 활용 드물어

지난해 말 기준 52만3천건 보관…실제 이식 556건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 차병원 오너 일가의 불법 제대혈(탯줄 혈액) 투여로 제대혈의 효능·효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실제 난치병 치료를 위해 제대혈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제대혈에는 혈액을 생성하는 조혈모세포와 세포의 성장·재생에 관여하는 줄기세포가 많이 포함돼 있다. 과거에는 출산 후 버려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 빈혈 등 난치병을 치료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보관하는 경우도 많다.

12일 보건복지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 17개 제대혈 은행의 제대혈 보관건수(단위 유닛)는 52만3천258건으로 집계됐다. 2015년말 59만6천346건에 달해 60만건 돌파를 코앞에 뒀던 제대혈 보관 건수는 만기 제대혈 폐기 등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이 중 가족제대혈은 49만1천967건으로 90.6%를 차지했고 기증제대혈은 5만1천291건이었다.

제대혈은 보관형태와 사용주체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개인이 자신과 가족만 쓸 수 있게 사설보관업체에 맡기는 가족제대혈과 다른 사람의 질병 치료와 의학연구 목적으로 대가 없이 제공하는 기증제대혈로 분류된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불법 투여 논란이 일었던 제대혈은 기증제대혈이다. 제대혈 이식 현황에 따르면 제대혈 보관 건수는 52만건에 달하지만 2011년 7월 제대혈법 시행 후 이식 건수는 556건에 불과하다.

이 중 가족제대혈이 질병 치료를 위한 이식용으로 쓰인 사례는 144건이었다. 전체 가족제대혈 보관량(49만1천967건)의 0.02%다.

공공용으로 보관된 기증제대혈(5만1천291건)이 이식 치료용으로 쓰인 비율은 0.8% 정도다.

이처럼 활용도가 떨어지면서 제대혈 보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값비싼 비용을 내고 보관하는 제대혈이 필요할 정도의 난치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이유가 크다. 제대혈 보관 비용은 기간과 업체에 따라 다르지만 15년 기준 대개 100만~150만원 선으로 알려졌다.

난치병 치료에 필요한 줄기세포인 제대혈 내 '유핵세포' 개수도 논란거리다. 현재 기증제대혈은 유핵세포 7억개 이상인 제대혈만 보관하고 있지만 가족제대혈은 기준이 없다.

단 제대혈 업계에서는 제대혈은 필요한 환자에게 충분히 활용되고 있으며 연구개발을 거쳐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 관계자는 "제대혈은 이미 난치성 혈액 질환에서 쓰이고 있고 해외에서도 보관과 연구개발이 활발해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며 "제대혈 이식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건강보험도 적용되고 단순히 유핵세포 개수만으로 효용을 판단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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