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 펼쳐지는 詩…시인의 사랑과 삶, 뮤지컬이 되다

입력 2017-02-12 08:20
무대 위에 펼쳐지는 詩…시인의 사랑과 삶, 뮤지컬이 되다

백석·이상·윤동주 다룬 뮤지컬 호응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시인의 사랑과 삶을 다룬 뮤지컬들이 잇달아 무대에 오르고 있다.

대사 속에 스며든 아름다운 시어, 시인이라는 소재 자체가 갖는 낭만성 등이 관객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평가다.

우선 지난달 서울 대학로 드림아트센터에서 공연을 마친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1912~1996)의 동명 시를 모티프로 했다.

가난한 시인 백석과 그의 연인이자 기녀였던 '자야'(본명 김영한·1916∼1999)의 애틋했던 사랑 이야기를 서정적으로 풀어냈다.

백석의 아름다운 시어와 시구가 작품 곳곳에 담겨 시집 한 권을 무대에서 읽는 느낌을 준다.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내린다'로 시작하는 시구처럼 극의 마지막에는 함박눈이 내리는 대나무 숲이 펼쳐진다.

지난달 열린 '제1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가장 주목할만한 창작 뮤지컬을 뽑는 '2016 뮤지컬 작품상'을 비롯해 3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지난 1월 연일 매진 사례 속에 종료된 이 작품은 오는 10월 13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2관에서 다시 공연될 예정이다.

천재 시인 이상(1910~1937)의 작품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 '스모크'는 오는 3월 18일~5월 28일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에서 공연된다.

'나는거울없는실내에있다. 거울속의나는역시외출중이다. 나는지금거울속의나를무서워하며떨고있다. 거울속의나는어디가서나를어떻게하려는음모를하는중일까.'로 시작하는 이상의 시 '오감도(烏瞰圖) 제15호'를 토대로 한 작품이다.

바다를 꿈꾸는 순수한 '해(海)', 모든 걸 포기하고 세상을 떠나려는 '초(超)', 그들에게 납치된 여인 '홍(紅)'. 이 세 사람이 아무도 찾지 않는 폐업한 한 카페에 머무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오감도' 특유의 비밀스럽고 수수께끼 같은 분위기가 극 전반에 흐른다.

작품 핵심 소재인 '오감도' 이외에도 '건축무한육면각체', '거울', 소설 '날개', 수필 '권태' 등 이상의 대표작을 대사와 노래 가사에 담아냈다.



시인 윤동주(1917~1945)의 삶을 담아낸 서울예술단의 뮤지컬 '윤동주, 달을 쏘다'는 오는 3월 21일~4월 2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참담한 조국의 현실에 괴로워하며 절필과 집필을 반복하던 윤동주의 고뇌와 그의 시들을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가무극으로 풀어낸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했던 윤동주의 고뇌와 희망이 섬세하게 형상화됐다.

2012년 초연과 2013년 재공연에서 93% 넘는 객석 점유율을 기록하며 큰 호응을 얻었던 작품으로 이번이 네 번째 공연이다.

주인공 윤동주 역에는 배우 온주완과 박영수가 캐스팅됐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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