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책의 전쟁' 불붙는다…출간 러시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김동호 이슬기 기자 = 조기 대선 정국이 가시화한 가운데 여야 대선 주자들의 '저서 전쟁'이 시작됐다.
공식적인 대선 레이스 시작에 앞서 자신의 국정 철학과 비전을 알리고 인지도를 끌어올리고자 북 콘서트나 출판기념회 형식을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을 자연스럽게 전하거나 경쟁 주자에 대한 품평이나 비판 기회로 활용되기도 하는 만큼 시간이 갈수록 각 주자의 출판 경쟁에 불이 붙을 전망이다.
책을 앞세운 행보는 상대적으로 야권 주자들이 더 활발한 모습이다.
야권 선두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4일 모교인 경희대에서 대담 에세이집 '대한민국이 묻는다-완전히 새로운 나라, 문재인이 답하다' 출판을 기념하는 북 콘서트를 열었다.
4천여 명이 운집한 행사에서 문 전 대표는 고민정 KBS 아나운서 등 캠프 영입 인사와 지지 의사를 밝힌 작가 이외수,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 작곡가 김형석 등과 함께 세 몰이를 했다.
야권 2위 주자로 급부상한 안희정 충남지사는 지난해 11월 자전적 성격의 저서인 '안희정의 함께, 혁명'을, 10월에는 정책비전을 담은 '콜라보네이션'을 펴내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탄핵 정국에서 주요 주자로 자리매김했지만 최근 다소 하락세로 돌아선 이재명 성남시장은 책을 활용한 전략에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13일 '대한민국을 혁명하라'를 출간한 데 이어 이달 초 자전적 에세이 '이재명은 합니다"를 펴내고, 지난 8일에는 '이재명의 굽은 팔' 출판기념 간담회를 하는 등 한 달 사이에만 책 3권을 내놓으며 반전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당초 12월 대선이 치러진다고 보고 공정성장론, 교육개혁, 과학기술혁명에 대한 생각을 펴내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조기 대선이 가시화하며 출판 계획을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육아휴직 3년법', '칼퇴근 보장법', '창업지원책' 등 대선 공약 요약집 성격의 저서를 집필 중이다. 애초 작년 가을께 출간할 예정이었으나, 작업이 미뤄져 대선 전 출간을 목표로 집필에 매진 중이다.
유 의원 캠프 관계자는 11일 "정치인이 책을 쓸 때 전문 작가에게 대필을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유 의원은 한 문장 한 문장 심혈을 기울여 직접 집필한다"고 강조했다.
바른정당의 또다른 대선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는 정책 에세이집 '가시덤불에서도 꽃은 핀다'를 직접 집필해 오는 22일 출판기념회를 열 계획이다.
남 지사 측은 "이번 책에서 정치인으로서의 면모보다는 인간적인 면을 부각했다"고 전했다.
여당 잠룡들도 책을 통해 출마 의지와 정책 구상을 밝히고 있다.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은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일자리 대통령' 출판기념회를 열고 "선거판을 뒤집어야 한다"며 대선 출마를 시사했다.
안 의원은 "농지를 활용한 일자리 도시 건설을 통해 300만 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는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달 초 자서전 성격의 책 '문수 이야기'를 냈다. 성장 과정과 도지사 8년간 경험, 정치인 이력 등을 담았다.
김 전 지사 측 관계자는 "외부에는 다소 딱딱하고 권위적인 이미지로 알려졌지만 알고 보면 '소탈하고 부드러운 남자'라는 점을 알리기 위해 책을 냈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작년 10월 정계복귀를 선언한 기자회견 당시 자신의 책 '나의 목민심서-강진일기'를 들어 보인 뒤 전국에서 북 콘서트를 진행해 왔다.
각 당의 러브콜을 받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는 지난달 19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우리가 가야 할 나라, 동반성장이 답이다'의 출판기념회에서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휴식제'를 비롯한 정책 구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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