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구제역 발생 책임 농가에 떠넘기기 의혹
연천 A형인데 O형 항체률 52%만 발표…"물백신 논란 의식한 듯"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정부가 구제역 발생 책임을 농가에 떠넘기는 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형 구제역이 발생한 경기도 연천 젖소농장은 A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률이 높았는데도 정부는 O형에 대한 항체률만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항체 형성률이 높은데도 구제역에 걸려 이른바 '물백신' 논란에 휩싸일까 봐 정부가 고의로 누락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축산업계 등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일 A형 구제역으로 확진 판정된 연천 젖소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52%라고 발표했고 이는 대다수 언론에 보도됐다.
통상 소 사육 농장의 경우 항체 형성률이 60%를 넘으면 구제역에 대한 방어력이 있는 것으로 본다.
농림부 발표대로라면 연천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60%에 못 미쳤고 결국 농장주가 백신 접종 등 관리를 소홀히 해 구제역을 막지 못한 셈이 된다.
백신 접종을 제대로 하지 않아 구제역에 걸리면 보상 받을 때도 문제가 된다.
그러나 해당 농장은 O형과 A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만드는 '2가 백신'을 접종했다. 당연히 두 유형에 대한 항체 형성률이 모두 알려져야 한다.
이 농장의 A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률은 무려 90.5%로 나타났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 농장에서 발생한 구제역과 상관없는 O형에 대한 항체 형성률만 발표했다.
이에 대해 축산업계 관계자는 "A형 구제역이 발생했는데도 엉뚱하게 O형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 형성률을 발표한 것은 농가에서 백신을 제대로 접종하지 않았다고 부각하면서 '백신에 효과가 없다'는 논란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농림부는 2010년 10월부터 전국 농가에서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2014∼2015년 7개 시·도 33개 시·군에서 185건의 구제역이 발생해 축산농가가 초토화하자 백신을 잘못 선택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곤욕을 치렀다.
학계에서는 현재까지도 구제역 바이러스 유전자가 다양한 만큼 여러 종류의 백신을 사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고 있는데도 정부는 특정 회사의 백신만 고집하고 있다.
정부가 연천 농장 관련 백신과 항체 형성률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데도 피했다는 지적도 있다.
소의 경우 통상 백신 접종 후 항체가 서서히 형성돼 8주째 최고조가 된다.
정부가 발표하는 항체 형성률은 농장의 각 소에 형성된 항체율의 평균이 아니라 전체 소 가운데 몇 마리에 항체가 '있다, 없다'를 나타내는 수치다.
연천 젖소농장처럼 A형 바이러스 항체 형성률 90.2%는 각 소의 바이러스 대항력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지만 10마리 가운데 9마리꼴로 항체가 있고 1마리는 없다는 의미다.
더욱이 이 농장은 지난 5일 '2가 백신'을 접종했고 사흘 뒤인 8일 구제역이 의심된다고 방역 당국에 신고했다.
이 기간에는 항체가 충분히 형성되지 않으며 항체가 일부 생겼더라도 바이러스에 대항하기에 충분한 수가 만들어지지 않는 시기다. 이 때문에 2가 백신 효과에 대해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농림부 담당자에게 수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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