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꿉놀이에 빗댄 연애…정유미 그림책 '연애놀이'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그림책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2년 연속 수상한 정유미 작가의 신작 '연애놀이'(컬쳐플랫폼 펴냄)가 출간됐다.
'연애놀이'는 한 여자가 땅에 금을 그어 사각형을 완성하는 데서 시작된다. 여자와 남자는 함께 신발을 벗고 사각형 안으로 들어간다. 남녀는 다양한 놀이를 즐긴다. 그러다 여자가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고 남자는 시체처럼 꼼짝도 않는 장면으로 바뀐다.
어른들의 연애를 어린 시절의 소꿉놀이에 빗대어 표현한 이야기다. 내용은 모호하지만,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독자라면 두 사람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책의 메시지는 금을 넘어간(기존 관계의 종료) 여자가 자신의 신발을 신고, 남자 앞에 그의 신발을 내려놓는(여자의 성장) 후반부에 있다. 두 사람은 비로소 진정한 어른으로 거듭난다.
요코다 마사오 일본 니혼대 교수는 '정유미 작품에 대한 고찰' 비평에서 "'연애놀이'의 행방을 좌우하는 것은 여자의 배려"라면서 "남자에게 신발을 가져다주는 여자의 움직임에 의해 (관계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작가가 만든 동명의 15분짜리 애니메이션을 그림책으로 옮긴 것으로, 겨울밤 방 청소를 하면서 집안의 먼지들을 만나는 과정을 그린 '먼지 아이'와 소녀의 성장을 담은 '나의 작은 인형 상자'에 이은 여성 성장 이야기 3부작의 완결편이다.
'연애놀이' 애니메이션은 2014년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크로아티아의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수상했다.
372쪽. 1만5천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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