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물질주의·유럽 개인주의의 뿌리는?…'컬처 DNA'

입력 2017-02-11 10:00
미국 물질주의·유럽 개인주의의 뿌리는?…'컬처 DNA'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문화적 DNA' 분석서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 미국인들의 실용주의적인 태도와 미국 문화에 팽배한 물질주의는 어디서 연유한 걸까? 중동 사람들의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양면성은? 중국의 권위주의와 유럽의 개인주의는?

인류가 탄생한 이래 지역, 인종 간 교류가 지금처럼 광범위하고 활발했던 적이 없지만, 그만큼 문화적 충돌로 인한 갈등과 분쟁도 많다.

이슬람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테러와 자국 우선주의의 기치를 높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도 문화적 충돌이 빚어낸 마찰로 볼 수도 있다.

신간 '컬처 DNA'(시그마북스 펴냄)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먼저 집단 간에 존재하는 문화적, 심리적 차이의 뿌리를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 뿌리는 인류의 조상이 세계 곳곳에 흩어져 정착하던 선사시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정착민들은 각 지역의 환경에서 비롯된 역경들을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했는데, 그 과정에서 집단마다 서로 다른 세계관과 심리적 성향을 형성하게 됐다.

이는 오늘날 후손들에게도 의식·무의식 속에 내면화된 채 계승되는데, 이를 '문화적 DNA'라 명명한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서 비즈니스 심리컨설팅 회사를 운영 중인 저자 거넥 베인스는 '문화적 DNA'라는 개념이 다양한 조직 문화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말한다.

'문화적 DNA'는 일찍이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제시한 '밈'(Meme)과도 유사하다. 밈은 모방을 통해 마치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증식하는 문화적 요소를 뜻한다.

저자는 전 세계를 미국,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도, 중동, 중국, 유럽, 라틴아메리카, 호주 등 8개 문화권으로 나눈 뒤 문화적 DNA 분석을 통해 고유한 문화적, 심리적 특성과 지역 간 차이를 설명한다.

뿌리 깊은 집단 간 문화적, 심리적 차이를 간과한다면 정치, 경제,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책 집필을 결심한 계기 중 하나는 바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였다"며 "비서구권 사회가 오늘날 진정 서구 사회를 따라잡으려면 자신의 문화적 DNA가 가진 근본적인 강점과 약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서로 간의 다름을 대하는 훨씬 더 건설적인 방법은 각 문화를 존중하고 그것이 주는 교훈을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이미소 옮김. 444쪽. 1만8천원.

abullapi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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