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계, 이틀 연속 정치권에 '작심 발언'

입력 2017-02-10 18:13
경제계, 이틀 연속 정치권에 '작심 발언'

박병원ㆍ김황식ㆍ김인호ㆍ신장섭ㆍ윤증현 "정치권이 문제"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경제계가 대선을 앞두고 포퓰리즘 성향의 공약을 쏟아내는 정치권을 향해 작심하고 이틀 연속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김인호 한국무역협회장 등 주요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김황식 전 국무총리 등 정치권 원로,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등 학계까지 '쓴소리 대열'에 합류했다.

9~10일 이틀간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최고경영자 연찬회'는 최근 정부와 정치권의 행태를 비판하는 성토장이나 다름없었다.

대선 주자들이 내놓고 있는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근로시간 단축, 창업 장려 등의 정책에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경제민주화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연찬회를 주최하는 경총의 박병원 회장이 9일 포문을 열었다.

박 회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등에 대해 "제대로 돈을 버는 일자리는 못 만들겠으니 돈을 쓰는 일자리라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일자리가 얼마나 오래 지탱될 수 있겠는가"라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아무것도 바꾸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라며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정부와 정치권이 불필요한 규제를 해소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산업에서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것은 경직된 노동법제"라며 노사 당사자들에게 자유로운 선택권을 부여하는 유연한 노동시장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조 강연에 나선 김인호 무역협회장은 "자유주의 바탕 위에 시장경제를 만들어 놓았는데 다시 사회주의 경제로 만들려고 도처에서 논의 중"이라며 "한마디로 정부가 다하겠다는 것인데 정부가 다해서 잘 된 나라가 있느냐"고 꼬집었다.

김 회장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와 시장과의 관계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서 "반시장적 법률, 기업을 괴롭히는 법률, 전 국민을 가난하게 만드는 법률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황식 전 총리는 "우리 사회는 포퓰리즘과 성숙하지 못한 갈등해결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갈등은 점점 심해지고 법치주의는 흔들리고 있다"며 "일자리 부족과 구직난을 동시에 겪고 있는 문제 등을 연구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치권"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정치권은 갈등을 조장하고 더 꼬이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연찬회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입법으로 기업 활동을 옥죄면 안 된다는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강연에서 "요새 재벌은 아무리 때려도 사는 줄 알고 여기저기서 때리는데 그렇게 때리면 죽는다"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만드는 것은 당연하지만 기업 경쟁력을 꺾으면서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특히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순환출자 해소 등 상법 개정에 대해 "순환출자의 부작용을 완화하는 방법은 금지도 있지만, 의결권 행사를 제한하는 방법도 있다"며 "변화에 따라가고 창의성을 발휘하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10일에는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신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지금이 경제 독재인가. 경제민주화는 일그러진 화두"라며 정치권 일각에서 일고 있는 경제민주화 움직임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대선 때마다 여야 가릴 것 없이 경제민주화 이야기가 나오는데 정말 고질적인 문제인지, 방향이 잘못 잡혔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경제민주화의 상당수 수단이 미국 주주 민주주의에 가까운데 미국에서는 이것이 오히려 1% 대 99%라는 심각한 양극화를 가져온 원인"이라며 "30년 동안 재벌 원죄론으로 때려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벌 정책을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책은 타이밍이며 국회의 지원이 필요한데 식물국회에 불통까지 결합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나라의 안위와 국민을 걱정해야하는 것이 정치인데 지금은 국민이 정치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등이 통과되면 외국 헤지 펀드들의 공격에 의한 국부유출이 우려된다"며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이런 식으로 가져가서야 되겠는가. 정말 걱정스럽다"고 강조했다.

이어 "반기업적 정서가 이렇게 만연하게 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며 "평등의 의미가 정말 왜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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