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친한 척 하는데만 몰입하는 아베, 일본서 '역풍' 직면
反이민 침묵, 에어포스원 탑승 및 트럼프와 골프회동 적극 홍보
아사히 "아베, 트럼프와 친밀함 연출한다. 비판받을 수 있다"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다른 나라 정상들에 비해 유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유대를 강조해 국내 여론에서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일본 언론으로부터 나왔다.
10일 아사히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정상회담을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한 아베 총리는 다른 나라 정상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감을 형성하는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베 총리는 방미 기간 중 이례적으로 미국 대통령 전용기(에어포스 원)를 타고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별장으로 이동해 골프를 함께 칠 계획이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유대 강화를 위한 일정을 많이 갖는 반면, 세계적인 이슈인 미국의 반(反) 이민 정책에 대해서는 그동안과 마찬가지로 침묵으로 일관할 계획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 중 난민과 이슬람권 7개국에 대한 입국금지명령에 대해 침묵한 경우는 아베 총리가 유일하다.
그는 그간 여러차례 생각을 묻는 질문을 받고 "대통령령(令)에 대해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아베 총리는 주위에 "일본이 친밀한 분위기를 빚어내는 것이 전략적으로 중요하다. 비판을 받더라도 트럼프 대통령과는 침묵하면서 (서로의 일을 자신이 행하도록) 맡기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골프 라운딩을 하는 것을 적극 알리고 있다. 그는 9일 미국 방문길에 오르기 전 하네다(羽田)공항에서 기자들에게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골프를 쳤던 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 전 총리 이야기를 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강한 신뢰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했다.
이에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아베 총리가 비판을 피하고 친밀함을 연출하려고 하고 있다"며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의 예를 들며 아베 총리의 이 같은 트럼프 친화 움직임이 일본 내에서 비판을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메이 총리는 지난달 27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특별한 양국 관계'를 확인했지만 귀국한 뒤 '트럼프의 푸들'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여론의 압박을 받은 메이 총리는 귀국 후에야 트럼프 대통령의 난민과 이슬람권 7개국에 대한 입국금지명령에 대해 "분열적이고 옳지 않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아베 총리의 골프 외교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계속 나오고 있다.
제1야당 민진당의 렌호(蓮舫) 대표는 9일 기자회견을 열고 "총리는 수뇌회담을 위해 미국에 가는 것이지 골프를 치러 가는 것이 아니다"며 "북방영토(러시아명 쿠릴 4개섬) 문제에서 진전이 전혀 없었던 (작년 12월의) 일본-러시아 정상회담 같은 처지가 되지 않기를 강하게 원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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