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총학 점거농성 지속·해제 밤샘 논의…결론 못내
전학대회서 지속안과 해제안 모두 과반 찬성 못 얻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반대 점거농성 지속·해제 여부를 두고 밤을 새워가며 논의를 벌였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10일 서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20분부터 이날 오전 8시까지 열린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점거농성 중단여부를 표결에 부쳤으나 모두 의결에 필요한 대의원 표를 얻지 못했다.
총학생회 회칙을 보면 전학대회는 재적대의원의 과반이 출석해야 개회된다. 출석한 대의원의 과반이 찬성해야 안건이 의결된다.
애초 이번 전학대회에서는 '점거농성을 계속하고 사회적 연대를 확대해 3월과 4월까지 시흥캠퍼스 반대 투쟁을 확대한다'는 내용의 투쟁계획안에 대해서만 찬반투표를 벌일 예정이었다.
하지만 회의 중 '점거농성을 풀자'는 안건이 발의되면서 대의원들이 두 안건 중 하나를 택하는 투표가 진행됐다. 전학대회 세칙상 재적대의원 5분의 1이 찬성하면 애초 논의하기로 한 안건에 대한 수정·이견안을 낼 수 있다.
이날 첫 번째 투표에서는 점거계속안이 41표, 점거해제안이 48표를 얻어 두 안 모두 과반(50표)의 찬성을 받지 못해 점거해제안만 놓고 재투표가 벌어졌다.
하지만 정작 재투표에서 점거해제를 찬성하는 표가 첫 번째 투표보다 줄어든 35표밖에 나오지 않았다. 반대는 44표였고 기권은 첫 투표보다 7표 늘어난 16표였다.
13여시간 이어진 이번 전학대회에서 점거농성 지속·해제 여부를 둔 학생들의 논의가 치열했음을 방증하는 투표결과다.
전학대회에서 어떤 결론도 내리지 못하면서 124일째인 점거농성은 정기 전학대회가 열릴 3월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애초 총학생회 최고의결기구인 전체학생총회에서 점거농성이 결정된 만큼 이를 취소하려면 최소 총회가 열리지 못할 때 최고결정권이 주어지는 전학대회에서 해제안이 의결돼야 한다는 것이 학생들의 생각이다.
총학생회는 조만간 열리는 총학생회운영위원회에서 앞으로 계획을 논의한다.
이날 전학대회 결과와 관련, 대학본부는 "점거농성 지속·확대안이 부결됐다는 점에 의미를 둔다"면서 "바로 회의를 열어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2007년 국제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하고 2009년 경기 시흥시를 최종후보지로 선정했다. 관련 실시협약은 작년 맺어졌다.
학생들은 학교가 시흥캠퍼스 사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시흥캠퍼스를 이용해 영리사업을 벌이려 한다고 철회를 주장 중이다.
한편 이날 점거농성 관련 안과 함께 전학대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던 '총학생회장 사퇴권고안'은 정족수 미달과 시간부족으로 논의·표결 없이 부결됐다.
이규탁 총학생회장은 작년 11월 당선된 이후 과거 외모 비하 발언 등이 논란이 되면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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