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살인용의자에 역대 최고 보석금 '4조5천억원' 논란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현구 특파원 = 미국 텍사스 주 하급 법원의 한 판사가 살인 용의자에게 미국 사법 역사상 역대 최고 보석금인 40억 달러(약 4조5천760억 원)를 책정해 논란에 휩싸였다.
9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텍사스 주 벨 카운티 '평화 법원 판사'(justice of the peace) 클라우디아 브라운은 지난해 12월 킬린 시에서 벌어진 총격 사건의 1급 살인 용의자로 지난 2일 경찰에 자수한 안토니오 마키스 윌리스(25)에게 보석금 40억 달러를 책정했다.
미국 언론은 보석금이 벨 카운티 교도소 온라인 등록 프로그램의 인식 범위를 초과했다고 소개했다.
평화 법원은 주로 가벼운 형사 사건 또는 민사 사건을 다루는 하급 법원으로 판사는 선출직이다. 브라운 판사는 지난해 11월 선거에서 민주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텍사스 주 헌법은 카운티(여러 도시를 합친 행정구역)에 인구에 따라 1∼8개 평화 법원을 세우도록 했다.
듣도 보도 못한 보석금에 여러 변호사가 깜짝 놀랐다.
당장 윌리스의 법률대리인인 빌리 레이 홀 주니어 변호사는 주 지방법원에 보석금을 깎아달라고 요청할 예정이라고 했다.
마이클 화이트 변호사는 보석금이 피의자를 반드시 법정에 세우고 그를 대중과 격리하고자 고안된 것이지 처벌과 직결된 금액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화 법원 판사가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고 합리적이며 지급 가능한 보석금을 법으로 규정한 보석 제도를 남용했다"면서 "사법 제도와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 제프 파커는 보석금 40억 달러는 위헌 여부로 제소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잔인하고 기묘한 처벌에 반대하는 수정헌법 8조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과도한 보석금이나 벌금이 기묘한 처벌의 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일간지 템플 데일리 텔레그램은 보석금 40억 달러가 지난 2004년 살인죄로 재판에 넘겨진 미국 뉴욕 부동산 상속인 로버트 더스트에게 책정된 30억 달러(3조4천320억 원)를 넘어서는 역대 최고 보석금이라고 소개했다.
더스트의 보석금은 이의 신청을 거쳐 45만 달러(5억1천480만 원)로 확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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