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나비효과?' 멕시코 장벽, 나비 생태계에도 악영향(종합)
올해 멕시코 찾은 왕나비 27% ↓…"겨울폭풍에 서식지 피해 탓"
"거대한 국경 장벽이 서식지에 변화주면 나비 생존 위협"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세우겠다고 공언한 멕시코 국경 장벽이 북미 지역을 오가는 왕나비(Monarch Butterfly) 개체 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올해 멕시코에서 겨울을 나는 왕나비 개체 수가 전년보다 27% 급감했다고 AP·AFP통신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개체 수 감소 현상은 왕나비의 동계 서식지인 멕시코 중부 지역에서 40㏊가 넘는 삼림 면적이 작년 초에 발생한 겨울 폭풍의 피해를 봤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발생한 태풍으로 인한 바람과 추위로 겨울 서식지인 소나무와 전나무 숲이 피해를 보면서 왕나비 8천400만 마리 중 약 7.4%에 달하는 620만 마리가 죽었다는 것이다. 3월은 통상 왕나비가 미국과 캐나다로 돌아갈 준비를 하는 시기다.
지난해 월동 과정에서 개체 수가 감소하면서 올해 멕시코를 찾은 개체 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오마르 비달 세계야생기금 멕시코 지부장은 "지난해 겨울 폭풍과 추운 날씨 탓에 왕나비가 머물 숲의 면적이 줄어들면서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왕나비 서식지와 번식, 이동 경로를 보호하기 위한 3개국(캐나다, 미국, 멕시코)의 조치 강화가 중요함을 명백히 보여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세워질 장벽이 나비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보호구역 책임자인 알레한드로 델 마조는 "트럼프 대통령이 3천㎞ 국경을 따라 짓겠다고 한 거대한 장벽이 나비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장벽은 곤충을 안내하는 자연 표시물을 바꿀 수 있다"며 "의심할 여지 없이 서식지를 조각내고 미국과 공유하는 강과 지류에 변화를 주면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캐나다와 미국 국경 지역에 서식하는 왕나비는 가을이 오면 미국을 지나 멕시코 서부 전나무숲까지 3천500㎞를 여행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겨울을 보낸 뒤 봄에 되돌아간다.
이는 아프리카의 잠자리 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의 곤충 이동 현상으로, 일각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의 상징으로 비유하곤 한다.
왕나비가 그렇게 긴 이동 경로를 매년 어떻게 찾아가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자들 사이에도 설이 분분하다.
이동하면서 화학물질을 분비해 냄새를 맡고 찾아간다는 이론도 있고, 자기장이나 태양 빛을 이용해 날아간다는 가설도 제기됐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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