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교황청에 부패 존재하지만 평정 유지"
"소아성애는 질병…예비성직자 자질 잘 점검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에 부패가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교황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9일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교황은 작년 11월 남성 수도회의 고위 성직자 140명과 모인 자리에서 "교황청에 부패가 존재하지만 내 마음은 평화롭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예수회 잡지 '라 시빌리타 카톨리카' 주말판에 실릴 내용을 입수해 보도했다.
교황은 당시 한 참석자가 교회 안의 갈등, 반대 등에도 불구하고 평정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지 않는다. 평화롭게 살려면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르쳐준 것처럼 '신경쓸 필요가 없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아르헨티나로 이민 간 이탈리아 가정에서 태어난 교황은 "사실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주교 시절 긴장과 걱정이 더 많았다.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근본적으로 달랐다"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교황으로 선출된 순간부터 깊은 평화를 느끼게 됐고, 이 감정은 아직도 나를 떠나지 않고 있다"고 고백했다.
교황은 이어 "만약에 풀리지 않는 문제가 있으면 내 방에 있는 성 요셉상에 쪽지를 써 그 밑에 둔다"며 "이게 내가 밤잠을 잃지 않는 이유"라고 농담도 던졌다.
교황의 이 같은 발언은 비록 몇 달 전 이뤄진 것이긴 하지만 최근 몰타 기사단의 항명 사태, 로마 시내에 교황을 비난하는 벽보가 나붙은 일과 맞물리며 관심을 끌고 있다.
이들 사건은 진보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전통적 가톨릭 교리를 중시하는 교회 내 보수파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교황은 수 년째 가톨릭 교회에 멍에로 작용하고 있는 성직자들에 의한 소아 성추행 문제에 대해서는 "소아성애는 질병"이라며 "고위 성직자들은 사제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자질을 잘 점검하고, 그들이 정서적인 성숙함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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