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법원, 세계최대 난민촌 폐쇄 방침에 제동…정부는 "항소"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케냐 정부가 작년부터 추진해 온 세계최대 규모의 난민촌 폐쇄 방침에 법원이 제동을 걸고 나섰다.
9일 영국 BBC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케냐 고등법원은 이날 케냐 동북부 지역에 조성된 다다브 난민촌에 대한 정부의 폐쇄 계획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1991년 세워진 다다브 난민촌은 현재 소말리아 난민 등 약 27만5천 명을 수용한 세계최대 규모의 난민 시설 중 하나이다. 이 시설에 머무는 소말리아 난민 대부분은 내전과 굶주림을 피해 국경을 넘어온 이들이다.
설계 당시 수용 인원 규모는 9만 명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4배 정도의 난민이 빽빽하게 들어앉은 천막에서 거주하고 있다. 일부는 20년 이상 이곳에 살았다.
케냐 법원은 "정부는 난민촌 폐쇄 결정 과정에서 재량권 남용의 행위를 했다"며 "(난민들의) 강제 이주 행위도 위헌이자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5월까지 다다브 난민촌을 폐쇄하려던 케냐 정부는 사업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됐다. 또 소말리아 출신 난민들을 강제로 소말리아에 돌려보내려는 방침도 실행에 옮길 수 없게 됐다.
케냐 정부는 즉각 이번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작년 케냐 정부는 이 난민촌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알샤바브와 연계됐고 온갖 범죄와 밀수의 온상이라고 주장하며 그해 11월까지 폐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소말리아 치안이 악화하고 난민촌 폐쇄 결정에 따른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면서 폐쇄 시점이 6개월 연기됐다.
인권단체 2곳은 난민촌 폐쇄 결정을 한 케냐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케냐 정부는 이에 앞서 2013년 소말리아 정부, 유엔난민 최고대표사무소(UNHCR)와 3자 협정을 맺은 후 국내 다수의 난민이 자발적으로 귀환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 돌아간 난민 숫자가 수천 명에 그쳤다.
이에 케냐 내무부는 지난해 5월 성명을 내고 '더는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이른 시일 내에 난민촌을 폐쇄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말리아 정부와 국제 인권단체, 유엔 등은 이후 난민촌 폐쇄 결정을 취소하거나 재고해 달라고 케냐 정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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