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압기 폭발에 신도시 정전 참사…수만명 추위에 떨었다
산업단지도 피해 속출…"예비선로 갖췄다면 막을 수 있었을 것"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9일 변압기 폭발 사고로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의 아파트와 상가 등 2만2천여 가구 전체가 종일 정전 사태를 빚었다.
갑자기 전기가 나가는 바람에 주민 10여 명이 한때 엘리베이터에 갇혔다가 구조됐고 복구 과정에서 산업단지에도 2차례나 순간 정전이 발생해 피해가 속출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예비 송전 선로만 갖췄더라도 피할 수 있었던 전형적인 인재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변압기 폭발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
사고는 9일 오전 10시 24분께 발생했다. 정관신도시에 있는 모든 아파트와 상가 등에 전기를 공급하는 '부산정관에너지'의 변압기에서 '펑'하는 폭발음과 함께 연기가 피어올랐다.
폭발 충격으로 가동 중이던 열병합 발전기가 멈췄다. 이 때문에 정관신도시 아파트 등 2만2천803가구에 대한 전기 공급이 완전히 끊겼다.
부산정관에너지는 한국전력을 대신해 산업단지를 제외한 정관신도시의 모든 시설물에 전기를 생산, 공급한다. 전력이 부족하면 한전에서 사고, 남으면 한전에 판다.
효율적인 전기 수급을 위해 한전에서 공급하는 15만4천V 전기를 2만2천900V로 전환하는 변압기를 설치했다.
사업자는 한전이 임시로 구축한 송전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발전기를 재가동, 사고 발생 9시간 만인 오후 7시 20분께 전기 공급을 완전히 정상화했다.
◇ 주민 7만여명 강추위 속 '악몽의 9시간'
신도시 주민 7만여 명은 종일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정관신도시 아파트 7곳에서 주민 10여 명이 한때 엘리베이터에 갇혔거나 출입문에 손이 끼었다가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상가에는 문을 닫은 가게가 허다했고 일부 식당에서는 손님들이 불이 꺼진 상태로 점심을 먹는 등 도심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또 정전으로 보일러가 작동하지 않아 주민 수만 명이 엄습한 강추위 속에 떨어야 했다.
주요 도로의 신호기 70개가 작동하지 않아 부산경찰청 한달음 교통순찰대 등 경찰관 170여 명이 교차로마다 배치돼 수신호로 차량을 소통시켰다.
정관산업단지에서도 오후 2시와 오후 5시 45분께 각각 1∼2분가량 순간 정전이 발생해 다수 공장의 설비 일부가 파손되고 불량 제품이 나오는 등 피해가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이 산업단지로 가는 전기 일부를 갑자기 뽑아 부산정관에너지에 공급하거나 사업자가 발전 재개로 생산한 전기가 갑자기 산단으로 가는 선로에 유입된 탓이다.
◇ "예비 선로만 갖췄다면…" 허술한 비상 대책
경찰은 변압기에 연결된 송전선에 문제가 생겨 스파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자가 예비 변압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았고 비상대책도 마련하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변압기가 폭발하자 사업자는 속수무책이었다. 한전과 전기를 주고받는 유일한 통로가 막혔기 때문이다.
결국 사업자는 한전에 긴급 지원을 요청, 오후 2시 30분께 정관산업단지로 연결되는 전봇대에서 송전선을 임시로 끌어와 발전을 재개했다.
그러나 한 번 멈춘 발전기를 재가동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한전이 공급하는 전기를 곧바로 받는 예비 선로만 있었어도 변압기가 폭발해도 대규모 정전사태를 막을 수 있었거나 최소한 전력 공백을 4시간 이상 줄일 수 있었다.
사업자는 변압기 폭발 원인을 분석해 수리하거나 변압기를 다시 구입해 설치하고, 예비 선로 구축을 검토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한 주민은 "2만 가구가 넘는 신도시의 전기 공급을 이렇게 허술한 민간업체에 맡길 수가 있느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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