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발생 속출하는데…백신 사러 외국 가야하는 상황(종합)
A형 확진·4번째 의심신고…점점 커지는 구제역 공포
구제역 위기경보 최고단계 격상…전국 가축시장 휴장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지금까지 발생했던 것과 다른 유형의 구제역이 발생하고 최초 발생지인 충북 보은에서 4번째 의심신고가 접수되는 등 구제역 전국 확산에 대한 공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도 연천 젖소농가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 바이러스는 국내에 효과가 입증된 백신 물량마저 부족해 당국이 긴급 수입을 추진하는 등 방역의 난맥상마저 드러나며 국민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구제역 위기경보를 기존 '경계'에서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하고 전국 86개 가축시장을 전면 휴장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의심신고가 접수된 연천 젖소농가의 구제역 바이러스가 혈청형 'A형'으로 확진됐다고 9일 밝혔다.
앞서 지난 5일과 6일 잇따라 구제역이 발생한 보은 젖소농가와 전북 정읍 한우농가는 '0형'이었다.
국내에서는 2000년 이후 8차례 구제역이 발생했는데, 이중 A형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0년 1월 포천·연천 소 농가에서 6건이 발생한 것이 유일했고 나머지 7차례는 모두 0형이었다.
또 2010년 1월 A형이 발생한 이후 그해 4월 강화에서 O형이 발생한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O형과 A형이 동시 발생한 것은 처음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방역 당국은 보은과 정읍의 O형 발생농장의 거리가 150㎞ 떨어져 있고 직접적 역학관계가 확인되지 않아 바이러스가 곳곳에 산재한 것으로 보인다며 연천 A형의 유입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기도는 연천 농가에서 발생한 A형 구제역이 북한 쪽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국은 애초 12일까지 전국 소 330만 마리 중 제외 대상(접종 후 4주가 경과하지 않은 소 등)을 뺀 283만 마리에 대해 백신 일제접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었으나 A형 바이러스 확진으로 이런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겼다.
A형 바이러스용 백신 물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구제역 백신은 영국 등에서 전량 수입하는데, 정부는 그동안 국내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대부분 O형이었기 때문에 이 유형에 적합한 백신 위주로 물량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영국에서 A형에 적합한 'O+A형' 백신을 새로 수입하려면 일주일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때까지는 일단 물량이 충분히 확보된 O형 위주로 접종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A형 구제역이 발생한 연천 지역 내 소 80만 마리에 대해서는 시급성을 고려해 유전자 분석 결과와 상관없이 보유 중인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경우 항체 형성률이 낮은 다른 지역 농장을 중심으로 당분간 '바이러스 무방비 상태'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앞으로 1~2주일이 구제역 확산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이날 보은에서는 최초 구제역 발생 농장에서 약 1.3㎞ 떨어진 곳에 위치한 또다른 한우농장에서 구제역 의심신고가 추가로 접수돼 당국이 조사에 나섰다.
충북도 관계자는 "의심신고 농가는 최근 긴급 예방 접종이 완료된 곳"이라며 "간이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일단 방역대 내의 의심 신고여서 확산세라 단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구제역 확진 농장의 항체 형성률이 19%에 그치는 등 항체 미달인 농가들도 많아 확산에 대한 우려는 가시지 않고 있다.
사태가 점점 커지자 농식품부는 9일 구제역 가축방역심의회를 열어 4단계로 돼 있는 위기경보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구제역 발생으로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된 것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2010년 이후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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