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해피빌라·그대 앞에 봄이 있다·나는 잠깐 설웁다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 "쥐는 너무너무 무서웠는지 찍소리도 못하고 인간의 등 뒤에 딱 붙어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저 멀리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까지 가서 큰소리를 뻥뻥 치던 쥐의 의기양양함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2002년 등단한 작가 강병융(42)이 이명박 정권 시절 벌어진 일들을 토대로 쓴 단편 9편을 엮었다. 표제작 '여러분, 이거 다 거짓말인거 아시죠?'에서 인간은 쥐를 잡아 껍질을 벗기고 골절기로 잘라 죽여버린다. 다른 작품들도 광우병 파동과 용산참사 등 당시 주요 사건들을 둘러싼 풍자다.
'우라까이'는 신문기사 252개를 오려붙인 일명 '복붙소설'이다. "하지만 확인 결과 이 쥐는 '기왕에' 쇠고기 다 수입하기로 한 것 반대해도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밀어붙이기식 모르쇠로 일관하였다." 이 문장에는 3개의 기사가 들어가 있다. 작가는 "이야기 틀을 만들고, 수만 번 검색을 해서 그 이야기에 맞게 인용할 수 있는 기사를 찾았다"고 설명했다.
한겨레출판. 268쪽. 1만3천원.
▲ 해피빌라 = 다 쓰러져가는 4층짜리 건물 '해피빌라'에는 괴팍한 욕쟁이 할머니, 부모마저 버린 지적장애인 등 어딘가 결핍된 사람들이 모여 산다. 열두 살 소년 우동동 역시 엄마 없이 이웃들 손에 컸다. 해피빌라 사람들은 가족보다 진한 의리와 정을 쌓지만 우동동의 엄마에 관해서는 아무도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우동동은 결국 엄마를 찾아 가출을 한다.
베스트셀러 '가시고기'를 쓴 작가 조창인(56)의 장편소설. 재개발지역 주민들이 주고받는 정을 통해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여서 함께 반짝이기 때문이다. (…) 해피빌라를 보면 금방 알게 된다. 우리는 식구다. 한 팀이라서 반짝반짝 빛난다."
작가는 후기에 "한 사람의 존재는, '더불어 함께' 세상 시름을 보듬고 나누는 이웃에 의해 드러난다고 믿는다"라고 썼다.
위즈덤경향. 328쪽. 1만3천원.
▲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등단 55년차인 김종해(76) 시인이 봄을 앞두고 평생 써온 작품 700여 편 서정시 33편을 골라 엮었다. 정갈하고 함축적인 시어로 삶과 자연의 섭리를 들려준다.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 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 두어야 한다/ (…)/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부분)
문학세계사. 120쪽. 1만1천500원.
▲ 나는 잠깐 설웁다 = 2010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시인 허은실(42)의 첫 시집. 63편의 시를 4부로 나눠 실었다. 시인은 삶의 아픔을 묵묵히 참아내는 세상 사람들에게 공감과 연대의 뜻을 전한다.
"테이블을 닦던 조선족 여자는/ 입술이 우엉 꽁다리처럼 말랐다/ 한 줄 김밥으로 허기를 재우고/ 유리문 밀고 나선 새벽/ 청년의 캐리어 끄는 소리가/ 빈 거리에 울린다/ 큰 몸에 달리기엔 바퀴가 너무 작아/ 그런 것은 터무니 없다/ 생각하는 사이/ 청년은 어느 골목으로 스며들고/ 버퀴 소리 푸른 골목을 오래 흔든다" ('캐리어' 부분)
문학동네. 140쪽. 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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