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이용료는 현금으로…승객편의 뒷전 국제여객터미널
선사들 신용카드 결제 거부…항만공사 "6월까지 개선방안 마련"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아이스크림 하나도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세상이지만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은 딴판이다.
발권 창구에서 운임은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으나 1인당 3천300원인 터미널 이용료(시설 이용료)와 1천원인 관광진흥개발기금(출국납부금)은 따로, 그것도 현금으로만 내야 한다.
일본항로를 운항하는 6개 선사 가운데 미래고속을 제외한 5개 선사는 터미널 이용료 등을 현금으로만 받는다.
공항에서도 이용료를 받지만 항공권 요금과 합쳐서 받고, 신용카드로도 결제할 수 있다.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도 1인당 1천500원의 터미널 이용료를 받지만 운임과 함께 결제할 수 있어 국제여객터미널과는 대조적이다.
이처럼 유독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이 터미널 이용료 등을 현금으로 따로 받는 바람에 여행객들은 적지 않은 불편을 겪는다.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고 일본으로 가는 여행객은 연간 60만명을 넘는다.
9일 가족 3명이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려고 승선권을 신용카드로 구입한 김모(45. 경남 김해시)씨는 "발권창구 직원이 터미널 이용료를 따로 현금으로 달라고 해 황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공항처럼 모든 비용을 한꺼번에 계산하는 줄 알았는데 터미널 이용료는 현금으로만 따로 받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요즘은 아예 현금을 갖고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고객 편의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선사들의 발권창구에서는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현금영수증을 발급받으려는 여행객은 다른 층에 있는 안내데스크를 찾아가야 한다.
여행객들이 오래전부터 이런 불편을 제기했으나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터미널 이용료는 부산항만공사, 관광진흥개발기금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징수 주체이지만 편의상 징수액의 일정 비율을 대행 수수료로 주고 선사들이 대신 받도록 하고 있다.
운임과 터미널 이용료 등을 한꺼번에 지불하는 게 가능하려면 선사들이 이에 필요한 전산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신용카드 결제금액의 1~3%에 해당하는 카드사 수수료를 누가 부담할지가 정해져야 한다.
선사들은 "저비용 항공사의 증가로 선박편으로 일본을 오가는 여행객이 줄어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이 비용을 항만공사가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행객들은 "이유가 어떻든 고객 편의는 뒷전인 채 터미널 이용료를 현금으로만 따로 받는, 시대에 동떨어진 행태는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행객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항만공사는 최근 선사들과 만나 해결책을 찾고 있다.
항만공사가 선사들의 통합 징수 시스템 구축비 일부를 지원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 관계자는 10일 "이달 중에 6개 선사 실무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최종 합의에 이르면 협약을 체결하고 6월 말까지 통합 징수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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