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이민' 속 힘겨운 입국 아프간전 통역, 미군 전우와 감동 재회

입력 2017-02-09 16:02
'反이민' 속 힘겨운 입국 아프간전 통역, 미군 전우와 감동 재회



(샌프란시스코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동한 '반(反) 이민' 행정명령의 위법성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미군을 도운 통역이 천신만고 끝에 미국에 들어와 옛 전우와 감격스러운 재회를 했다.

미국 육군 예비역 대위인 매슈 볼은 8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전직 아프간 통역 키스맷 아민을 포옹했다.

볼이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가장 위험한 지역에서 육군 레인저 대원으로 복무했을 때 아민은 통역을 담당했다. 볼의 귀국 후 아프간 반군 탈레반으로부터 미군의 앞잡이라며 생명을 위협을 받은 아민은 미국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아민의 도미 과정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과 같았다. 그는 4년 동안 탈레반을 피해 숨어 살았으며, 비자를 받는 데만 1년이 걸렸다. 이것도 스탠퍼드 대학 법학전공 학생인 볼이 동기들과 전우들을 동원해 의회를 상대로 끈질긴 로비와 편지 공세를 벌인 끝에 가능했다.

아민의 특별이민비자는 트럼프가 반이민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나서 이틀 뒤에 나왔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민이 금지된 7개 이슬람국가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정부가 이민 금지 대상 국가를 확대하겠다고 시사하자 아민과 볼은 다급해졌다. 볼은 부랴부랴 비행기 표를 사 아민이 미국행 항공기에 탑승할 수 있도록 했다.

아민은 공항에 내린 뒤 트럼프 행정명령 때문에 미국에서 배척받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환영나온 인파를 보고 "큰 가족이 생긴 것처럼 기뻤다"고 털어놓았다.

볼은 특별이민비자 발급에 1년씩 걸리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미군에 협력했다는 이유로 생명의 위협을 받는 아프간 '친구'들을 신속히 미국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간에는 미군 협력자 1만3천여 명이 특별이민비자 발급을 기다리고 있다. 의회는 지난해 말 1천500 명에 대한 추가비자 발급을 허용했다. 그러나 이는 전쟁 때 미군을 도왔던 아프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의 수를 고려할 때 턱없이 적다.

아민은 당분간 팔로 알토에 있는 볼의 집에 머물 예정이다. 2001년 9ㆍ11사태 직후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미국이 2014년 종료를 선언했지만, 정부군과 탈레반 사이에 아직 계속되고 있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소속 테러분자에 대한 미군의 소탕 작전도 끝나지 않고 있다.

k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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