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4강 북핵 전문가, 주한미군 사드 배치 놓고 '설전'
中 "사드로 파트너와 거리 멀어져"…美 "비오면 우산 펴듯 핵에는 사드 필요"
국가안보硏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갑론을박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홍국기 기자 =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4강의 북핵 전문가들이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9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국제 콘퍼런스에서 논쟁을 벌였다.
롼쭝쩌(阮宗澤)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부소장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동북아안보정세 전망과 대한민국의 선택'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 콘퍼런스에서 "다음 달에 한미 군사훈련이 대규모로 있는데 아무래도 변동성이 심해질 것"이라며 "군사훈련이 사드 사용을 가정해서 진행된다는 (한국 언론의) 보도가 있었는데 그렇게 되면 더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한다"고 사드와 관련해 포문을 열었다.
토마스 스포르 미국 헤리티지재단 국방연구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강한 동맹은 억지력에 기여하고, 전쟁을 방지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연합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고, 이는 한반도 안정에 기여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그런 의미에서 사드도 필요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우산을 가지고 나가듯이 핵탄두가 날아올 가능성이 있다면 사드가 필요하다"며 "사드는 방어적 무기이고 공격수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에 롼쭝쩌 부소장은 "사드가 배치되면 역내 잠재적 파트너들과 거리가 멀어질 것"이라며 "핵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여러 파트너를 최대한 많이 동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사드 배치로 (동북아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고 재반박했다.
그는 "이제는 북핵 문제에 더해 사드 배치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북핵 문제, 비핵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제는 사드 배치라는 불필요한 걱정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카기 세이이치로 일본 국제문제연구소 연구고문은 롼쭝쩌 부소장을 향해 "한국 정부가 언제 사드 배치 필요성을 느꼈다고 생각하느냐"며 "북한의 핵 개발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엔 감시기구에서 대북제재 이행을 감시하고 있는데 중국의 불이행이 심각한 문제로 남아 있다"며 "이것이 북한의 핵 개발을 가능하게 한 요인 아닌가 생각한다. 중국이 강경한 조치로 북핵 개발을 저지했다면 이런 사안이 오늘날 이슈화될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세계경제·국제관계연구소 부소장은 "사드 배치가 러시아 입장에선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는다. 중국에도 군사적 문제라기보다는 정치적 문제"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국내적으로 기반을 다지기 위해 강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북아 세력균형이 바뀌고 있는데 중국과는 전혀 협의가 되지 않고 있다"며 "그래서 중국이 기분 나빠졌다. 사드 문제도 그런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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