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트럼프 호화리조트 방문에 논란…"숙박·골프 비용 누가?"

입력 2017-02-09 15:14
아베, 트럼프 호화리조트 방문에 논란…"숙박·골프 비용 누가?"

윤리 전문가들 "日 정부가 내면 헌법조항 위반"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 주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호화리조트 '마라라고'에 초대받아 방문하는 것을 놓고 누가 비용을 지불하는지에 따라 윤리적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미국과 일본 정부 중 어느 쪽이 아베 총리의 마라라고 방문 비용을 부담하는지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만약 일본 정부가 아베 총리의 경비를 부담하는 것이라면 연방관리가 의회 동의 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돈이나 선물을 받을 수 없도록 한 헌법상 '보수 조항'(emoluments clause)을 트럼프 대통령이 위반하는 것이 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는 아베 총리를 이곳으로 초대해 하룻밤 머물며 골프 회동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외국 정상이 미국을 방문하면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 머물며 간혹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초청받기도 한다.

물론 '아들' 조지 부시 대통령이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외국 정상을 자주 초대한 사례가 있지만, 플로리다 주 팜비치에 있는 마라라고는 연회비가 20만 달러(2억3천만원)에 달하는 개인 호화 리조트이기에 상황이 다르다.



가장 적절한 시나리오로는 일본 정부가 골프와 체류를 포함한 방문 비용을 전혀 내지 않도록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총리를 자신의 손님으로서 맞이하는 방법이 제시됐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경비를 부담하는 쪽을 택한다면 그 돈은 미국 정부로 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수석 윤리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외국 정부에서 나와 트럼프 그룹으로 들어가는 돈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윤리 문제 전문가들은 이번 마라라고 방문이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싸고 계속 진행 중인 이해상충 논란을 두드러지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많은 자산을 소유한 기업가 출신이기에 대통령 취임으로 곳곳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수석 윤리 변호사였던 노먼 아이젠은 "트럼프 대통령의 해결되지 않은 사업상 충돌은 그가 하는 거의 모든 일에 걸쳐 있게 될 것"이라며 "이번 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해상충 문제를 남겨두는 대신 깨끗하게 사업과 단절해야 했다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 트럼프 그룹 경영권을 아들들에게 넘겼으나 지분 관계를 정리하지는 않았다.

또한 외국 관리가 트럼프 소유 호텔에 머물 때 발생하는 이익을 모두 미 재무부에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트럼프 그룹과 백악관은 이런 일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자금 이동 경로를 공개할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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