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원주민 학살사건 추모행사하려는 中, 차이잉원 압박책(종합)
中 '통일전선전술' 해석…민진당의원 "중국의 애도 뜻 존중해야"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1947년 국민당 군의 대만 주민 학살 사건인 '2.28 사건' 대한 추모행사를 열기로 해 배경이 주목된다.
안펑산(安峰山) 중국 대만판공실 대변인이 관계 당국에서 2·28 사건 70주년 기념 활동을 거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중국 인민망(人民網) 등이 9일 보도했다.
2·28 사건은 1947년 당시 대만 국민당 정부의 담배 암거래상 단속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거세지자 군이 동원돼 원주민을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수주일 간 진행된 진압으로 민간인 2만8천 명이 학살됐으며 이후 국민당의 40년 철권통치가 이어졌다.
1995년 대만에서 2·28 사건 희생자 배상 조례가 제정됐지만, 2·28 사건은 여전히 대만 원주민인 본성인(本省人)과 1949년 전후 들어온 외성인(外省人) 간 갈등 요인이 되고 있다. 장제스(蔣介石) 전 대만 총통이 이끈 국민당군은 공산당에 패한 뒤 대만으로 대거 건너갔다.
2·28 사건에 대한 중국의 추모 추진은 대만내에서도 미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이 사건이 대만내에서 본성인과 외성인, 국민당과 민진당을 가르는 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대만 전문가들은 국민당 군이 저지른 2·28 사건을 중국 당국이 추모하려는 것은 대만 주민에 '구애' 의도라고 SCMP가 전했다. 일종의 통일전선 전술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작년 5월 친(親)독립 성향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취임한 이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정부 간 관계가 악화했지만, '하나의 중국' 국민으로 여기는 대만 주민에 대해서는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중국 정부가 대만인들에게 출입국 자유와 중국 공직 종사를 허용하는 등 자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해주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는 보도도 중화권 매체에서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이러한 정책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부인해온 대만 지도자들을 압박하는 훌륭한 수단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황웨이저(黃偉哲) 대만 민진당 입법위원은 "2·28 사건은 장제스 군대가 대만인을 잔혹하게 학살한 국민당의 죄과로 중국이 이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데 대만측은 응당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돌연한 2·28 사건 추모가 대만 공산당 창건자중 한명으로 신중국 성립후 중국에서 대만 대표로 활동했던 원로 여성혁명가 셰쉐훙(謝雪紅·1901∼1970)이 관여했던 것과 관련돼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황 위원은 "중국측의 진정한 배경을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중국이 2·28 사건을 추도하려 한다면 간섭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국 난징(南京)대 류셴핑 교수는 대만 내 친독립 진영이 2·28 사건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고 있지만, 중국은 양안 간 화합을 위한 논란으로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2·28 사건 추모 행사가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운동 유혈 진압에 대한 대만 내 항의 시위에 맞대응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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