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연패 탈출 비결은 미식축구 영화 관람?
한유미 "자극받아 선수들끼리 이겨보자고 의기투합"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저희 어떡해야 하나요?"
여자 프로배구 현대건설과 GS칼텍스가 맞붙은 8일 수원체육관에서는 경기 시작 전 재미있는 광경이 벌어졌다.
현대건설 양철호(42) 감독이 기자들에게 '승리 비법'을 문의한 것이다.
양 감독은 "배구 이외의 종목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느냐"고 적극적으로 물었다.
현대건설은 4연패의 늪에 빠져 있었다.
지난 시즌 챔피언으로서 시즌 후반기에 4위로 처져 있으니 양 감독으로서는 속이 바싹 타들어 갈 만했다.
기자들이 뚜렷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는데도 현대건설은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GS칼텍스를 세트 스코어 3-2로 제압, 승점 2를 챙겨 13승 11패(승점 37)로 3위로 도약했다.
경기를 마치고 만난 레프트 한유미(35)는 양 감독이 전날 선수들에게 동기 유발이 되는 영상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한유미는 "영상을 보고 자극을 받았다"면서 "이후 선수들끼리 '이제 지는 것도 지겹다. 제발 좀 이기자'고 의기투합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감독님이 화도 내고 그냥 말을 해봐도 안 되니까 우리한테 (영상을 보여주면서) 믿고 맡기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구단에 따르면 이 영상은 미식축구팀의 얘기를 다룬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의 일부였다.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패배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난관을 극복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다.
한유미는 "게임이 시작되기 전 감독이 라커룸에서 '죽을 각오로 뛰자'고 선수들을 독려하더라"며 "영화 속 그런 간절함, 절실함이 우리한테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양 감독은 기자들에게 영화 얘기는 쏙 뺀 채 "선수들이 굉장히 이를 악물고 한 것 같다"며 "25일 만에 이겼는데, 마치 그 기간이 250일 같았다"며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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