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美 법원들 매우 정치적"…또 '사법부 때리기'(종합2보)
'反 이민' 행정명령 항고심 다툼 속 사법부 독립성 침해 우려
"불량 고교생도 입국금지 명령 이해…존중받고 싶으면 판사들 할일해야"
"우리 안보 위험에 처했다…행정명령 재판 지면 안전도 없어"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법원들이 매우 정치적"이라고 맹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한 미국보안관협회(NSA)를 비롯한 경찰공무원 대상 연설에서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의 입국을 막아 항고심 법정 다툼이 된 자신의 '반(反) 이민' 행정명령을 방어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우리의 안보가 오늘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며 "법원이 편향됐다고 말하고 싶지 않으며, 그래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며 아직 결정도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법원들은 매우 정치적"이라며 "법원들이 변론을 읽고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다면 우리 사법체계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의 국가안보와 관련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행정명령을 둘러싼 항고심이 진행 중인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거듭된 '법원 때리기'는 사법부의 독립성 침해 논란을 낳을 전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정명령을 뒷받침하는 이민법 조항을 직접 읽으며 이 법이 미국의 입출국을 통제하는 폭넓은 권한을 대통령에게 준다면서 "불량 고교생도 이것은 이해할 것"이라며 "누구라도 이것은 이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단순히 나를 위한 게 아니다. 오바마를 위한 것이고, 로널드 레이건을 위한 것이고, 대통령을 위한 것이다. 이는 안보를 위한 일"이라며 "우리나라와 우리 시민의 안위를 위한 일이어서 우리에게 해가 될 사람들은 입국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정확히 법이 쓰일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슬픈 날이다. 오늘 우리의 안보는 위험에 처했다고 생각한다"며 "판사들은 이와 무관한 것들에 대해서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에는, 이들 판사가 법원이 존중받게 하고 싶다면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반 이민' 행정명령에 대해 "(테러용의자 등의 입국금지를 위해) 필요한 무기를 줘야 하며 이게 필요한 무기이지만, 그들이 이를 빼앗으려 한다"고도 했다.
앞서 그는 '반 이민' 행정명령에 첫 제동을 걸었던 시애틀 연방지법 제임스 로바트 판사에 대해서도 지난 4일 "미국의 법 집행력을 빼앗은 '소위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가 없으며 뒤집힐 것이다. 판사가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들에게 우리나라를 열어줬다"며 대놓고 공격한 바 있다.
그는 이튿날에도 "판사 한 명이 우리나라를 그렇게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며 "만약 어떤 일이 일어난다면 그와 사법체계를 비난하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도 트위터에 "만약 미국이 확실히 승리해야 할 이번 사건에 승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마땅히 가져야 할 안보와 안전을 결코 가질 수 없다. 정치!"라고 적었다.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일련의 주장은 이슬람권 7개국 국적자들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막은 그의 '반 이민' 행정명령을 둘러싼 항고심 법정 다툼이 전날 구두변론을 시작으로 본격화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샌프란시스코 제9 연방항소법원은 이날 오후 3시(현지시간) 소송 원고 측인 워싱턴·미네소타 주와 피고 측인 법무부가 참여한 항고심 구두변론을 진행했다.
앞서 워싱턴 주 시애틀 연방지법의 제임스 로바트 판사는 '반 이민' 행정명령을 일시 중단하라고 결정했고 이에 불복한 법무부가 항소해 이날 항고심 재판이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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