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트럼프 판사비난' 비판…위선일까 사법개혁 태동일까

입력 2017-02-08 15:56
中 '트럼프 판사비난' 비판…위선일까 사법개혁 태동일까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최근 중국의 한 법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법치주의의 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중국 사법개혁을 둘러싼 때아닌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미국 사법 전문가이자 중국 최고인민법원 법관인 허판은 지난 5일 블로그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법치주의의 적이며 전 세계 민주주의를 주도하는 국가의 수장으로서 자격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반(反)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제임스 로바트 위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를 "소위 판사라는 자의 의견은 터무니없으며 뒤집힐 것"이라고 공격한 것을 권력분립과 사법부 독립 원칙에 대한 도전이라고 비판한 것이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7일(현지시간) 허판의 이 같은 비판은 여전히 사법부 독립을 이루지 못한 중국의 현실을 고려하면 일견 위선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이러한 자국 사법체계를 에둘러 비판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치국가"를 주창하는 시진핑(習近平) 주석 지도부가 이끄는 중국은 사법개혁을 추진하고 있지만, 사법부도 공산당의 지도 하에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국 사법부 수장인 저우창(周强) 최고인민법원장은 전국 고등법원장들이 참석한 회의에서 "사법부 독립"과 "삼권 분립", "민주헌정"은 "서양의 잘못된 사상"으로 단호히 거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에 현지 민주화 운동가와 법학자 사이에서는 낙담하는 분위기가 확산했다.

NYT는 이러한 상황에서 나온 허판의 발언은 사법부 독립성을 공격하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통해 안전하고 간접적으로 자국의 사법체계를 비판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을 연구한 미국 학자 수전 파인더는 허판과 같은 중국 법관들은 미국의 사법체계를 동경하며 자국 법규 발전과 사법부 위신 향상을 위해 미국의 시스템을 연구한다고 지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허판의 비판에는 자국을 겨냥한 메시지가 포함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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