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성범죄로 몸살앓는 인도, 성범죄 무고도 골칫거리
(뉴델리=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인도에서 2012년 수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집단 성폭행·살해 사건 이후 사회적으로 성폭행 엄단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성폭행 신고가 늘었지만 이와 함께 성폭행 무고 사건도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인도 언론과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인도 북부 라자스탄 주 주도 자이푸르 경찰은 2016년 관할 구역에서 330건의 강간 사건이 접수돼 전년보다 1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종결된 강간 사건 276건 가운데 43%는 허위 신고로 판명됐다고 최근 밝혔다.
여성 데이터 저널리스트 루크미니 슈리바나산은 2013년 델리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강간 사건 460건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3분의 1은 당사자가 동의해서 성관계가 이뤄졌지만, 부모가 강간을 주장하며 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BBC에 말했다.
슈리바나산은 "딸을 둔 부모들은 자신의 딸이 혼인관계를 벗어나 성관계를 했다고 낙인찍히는 것보다 성폭행 피해자로 규정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 같은 허위 신고는 보수적인 지역 사회에서 딸이 서로 다른 카스트나 종교에 속한 남성과 성관계를 한 경우에 많이 찾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합의금을 노린 무고 사례도 발견된다.
자이푸르 경찰은 지난달 한 남성에게서 성폭행 피해 합의금으로 50만 루피(850만원)를 뜯어낼 목적으로 증거를 조작해 허위 강간 피해 신고를 한 22세 여성과 그의 남자친구를 무고 혐의로 체포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12월 한 여대생이 뉴델리 버스 안에서 버스 운전사 등 7명으로부터 집단 성폭행당해 숨진 사건이 국내외적으로 주목받으면서 성범죄에 대한 형량이 높아지고 성범죄에 신속재판절차가 도입되는 등 성범죄 대응이 강화됐다.
이후 2014년 한해에만 경찰에 접수된 강간 사건이 3만 6천여건으로 전년 대비 9% 증가하는 등 성범죄 신고도 늘었다.
하지만 힌두 정치·정책 연구소의 니티아 나가라티남 연구원은 "국가범죄기록국(NCRB) 등의 자료를 토대로 보면 여전히 성범죄 피해 여성의 6%만이 경찰에 신고하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아직은 무고보다 낮은 성범죄 신고율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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