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학교급식 감사 결과 놓고 경남도-도교육청 '또 갈등'(종합2보)
경남도 "특정업체 특혜 제공·입찰 담합 등 2천306건 불법"
도교육청 "지적사항 96%는 자치단체가 감독해야 하는 사안"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김선경 기자 = 경남도가 도교육청과 갈등 끝에 처음 시행한 학교급식 감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감사에서 계약·식재료 검수·대금 집행 등 9개 분야 38개 유형에 걸쳐 총 2천306건, 326억원 상당의 불법이 지적됐다고 도는 밝혔다.
이를 두고 도교육청은 "자치단체 책임도 도교육청으로 떠넘기며 학교를 부패 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12월 12일부터 지난달 20일까지 도내 110개 초·중·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날 도 감사실은 주로 특정업체 특혜 제공, 입찰 담합, 유령업체 위장영업, 부적격업체 식자재 납품 등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A교육지원청은 친환경 지역농산물 직거래 명분으로 식자재 중 일부 품목을 분리해 특정업체를 지정해 수의계약했고, B교육지원청은 식자재 구매 시 학교별 1천만원 이하로 분할해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한 것으로 파악됐다.
진주와 창녕·의령지역에서는 식자재 구매 입찰 때 여러 업체가 담합해 입찰가를 고의로 유찰하는 방법으로 특정업체가 낙찰되도록 한 정황도 드러났다.
이 지역에서 확인된 것만 15개 업체가 입찰을 담합했다고 도는 전했다.
부부·친인척·직원 명의로 입찰 참가지역에 위장업체를 설립해 식자재 구매 등을 낙찰받은 뒤 실제 납품은 다른 업체가 하는 사례도 적발했다.
도는 진주·김해·밀양·창녕·창원 등지에서 식재료 납품 위장업체들이 납품계약을 체결해 140억원 상당을 납품한 것으로 파악했다.
원산지를 허위 표시하거나 잔류 농약 기준치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산물을 납품한 사실도 일부 드러났다.
이번 감사에서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월 사이 경남도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가 진행한 학교급식 조사에서 지적된 내용도 고쳐지지 않았다고 도는 밝혔다.
특위가 학교급식소에 납품되는 쇠고기 안전성을 담보하려고 분기별로 1회 이상 쇠고기 유전자 검사를 하라고 권고했지만, 도교육청은 오히려 지난해 학교급식 기본방향에서 분기별 1회 이상 쇠고기 유전자 검사 의무화 조항을 삭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도교육청은 쇠고기 유전자 검사를 학교 자율 실시로 변경했다.
그 이후 도내 9개 학교에 납품된 쇠고기 유전자 동일성 검사에서 7개교에 납품된 쇠고기 유전자 번호가 애초 납품 계약한 쇠고기 부위와 일치하지 않는 질 낮은 쇠고기가 납품됐다고 설명했다.
도는 이번 감사에서 특정업체 특혜 제공 2개 교육지원청·3개 학교 10억9천만원, 입찰 담합 1천756건 174억여원, 위장업체 설립 545건 140억8천만원 등을 적발했다.
이 중 지방계약법 등 법률을 위반한 5개 업체를 고발하고, 특정업체 밀어주기와 입찰 담합과 관련한 29개 업체·5개 교육기관을 수사의뢰했다.
위장업체 계약 등 중대 과실이 있는 51개 교육지원청과 학교는 교육감에게 징계 처분을 요구하고 단순 과실이 있는 215개 학교는 주의 조처했다.
이광옥 도 감사관은 "전국 처음으로 실시한 학교급식 예산에 대한 이번 행정감사가 학교급식 발전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며 "앞으로 학교급식 투명성이 도민 눈높이를 충족할 때까지 해마다 강도 높은 감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이날 오후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전국 어느 자치단체에서도 하지 않는 감사로 도내 학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온 학교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하다"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도 감사 지적사항의 96.6%인 2천301건(거래 금액 315억800만원)이 납품업체의 입찰담합과 위장업체 설립에 따른 것인데, 이는 "자치단체가 업체를 지도·감독해야 하는 사안"이라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입찰담합과 위장업체 부분은 영양사 등 학교 현장 관계자가 챙기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감독 권한이 있는 자치단체와 수요자인 학교가 공동 대응을 하는 게 가장 좋지만, 근본적으로 이 문제는 자치단체에서 관심을 가지고 해야 근절된다"고 덧붙였다.
쇠고기 유전자 검사 의무화 조항을 삭제했다는 도 주장에 대해서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이미 들여온 쇠고기에 대해 유전자 안전성 검사를 하는 건 실효성이 없다고 해 이후 관련 조항을 삭제했다"면서도 "도가 지적한 동일성 검사는 학교 자체에서 할 수가 없고 관련 절차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특정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부분과 관련해서는 "지역에서 생산된 친환경 먹거리 이용 과정에서 일부 업체가 인지 부족 등으로 규정 위반을 했을지는 몰라도 특정 업체에 특혜를 주기 위한 의도된 행위는 없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감사가 현장의 사정과 실무자 고충을 감안해 급식의 방향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급식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학교급식을 흔들려는 것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도교육청은 조만간 학교급식 안전성 확보와 질 향상을 위한 종합 개선 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도교육청의 반박에 대해 경남도는 "궤변으로 학교급식 감사 결과를 왜곡한다"고 재반박했다.
도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사업자는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고, 학교급식재료 구매계약은 각급 학교가 학교급식조달시스템에 입찰공고를 하면 식자재 공급업체가 응찰해 학교와 낙찰업체가 계약한다고 설명했다.
급식재료 구매계약에 지방자치단체가 전혀 관여하지 않고 관리 감독권도 없다고 도는 주장했다.
도는 "위장업체 관리 감독 문제도 도교육청이 발행한 '2016년 학교급식 기본방향'에 일선 교육지원청이 연 2회 식재료 공급업체에 대한 현장평가와 점검을 하도록 규정했다"며 '지자체가 지도 감독해야 한다'는 도교육청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그동안 무상급식 지원 중단 갈등, 경남미래교육재단 출연금 회수 논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 등 사사건건 마찰을 빚은 경남도와 도교육청이 학교급식 감사 결과를 놓고 또다시 갈등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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