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대사 소환 韓日 '외교파행' 내일로 한달째…출구없는 싸움

입력 2017-02-08 15:10
주한대사 소환 韓日 '외교파행' 내일로 한달째…출구없는 싸움

잇따른 '한국 때리기'로 지지율 높인 아베에 한국측 '분노'

내주 독일 본 개최 G20 외교장관서 윤병세·기시다 회동 주목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대사와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부산 총영사를 귀국 조치한 뒤 양국 관계의 파행이 9일로 한달째를 맞게 된다.

우선 외견상 부산의 일본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에 반발해 일본측이 주한대사와 부산총영사를 자국으로 소환했다는 점에서, 그 요구사항을 한국측이 들어주지 않는다면 한일 대립은 쉽게 해소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한국 내에선 재작년 말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강한데다 민간단체와 일반 국민이 설치한 소녀상과 관련해 정부의 재량권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일본측의 소녀상 철거 요구는 받아들여질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한국 내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자신의 지지율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주한대사 등 소환이라는 이른바 '한국 때리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는 점도 이번 한일 갈등을 풀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쿠릴 4개섬 반환 협상에서 성과를 못 낸 아베 총리가, 그 이후 소녀상을 빌미로 대사 소환 이외에 독도 영유권 도발까지 역사와 영토 문제로 한국 공격에 나서 지지율을 크게 높였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한일 관계 속에서 일본의 주한대사 귀임 문제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사실 일본의 주한대사 등이 소환된 직후만 해도 일본 내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위협에 대한 공동대처를 위해서라도 한일 공조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양국 갈등 국면은 1주일 또는 10일 이내에 종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일본의 주한대사 귀국 조치 이틀 만인 지난달 8일 방송된 NHK 프로그램에서 "한국이 10억엔을 받았으니 한일합의를 이행하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크게 꼬였다. 이른바 '아베의 10억엔 발언'이 한일 갈등이 격화하는데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더욱이 지난달 17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도발했다.

기시다 외무상의 이 발언은 단순한 말 실수가 아니라 자국 기자들과 만나 거론한 의도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당일 부산 소녀상 문제와 관련해 귀국한 주한대사의 귀임 문제는 "아무것도 결정한 것이 없다"면서, 두 사안을 연결지었다.

이런 일본의 터무니없는 공격에도 한국 정부는 유화적으로 대응했다.

비슷한 시기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부산소녀상에 대해 "여러 루트로, 여러 채널로 협의를 해나가고 있다"고만 했을뿐 일본을 자극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일본은 김관용 경북지사가 독도를 방문한 것에 대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고 트집을 잡았고, 쓰시마(對馬)의 사찰에서 도난당한 뒤 한국에 반입된 불상을 원래 소유주인 한국의 부석사로 인도하라는 한국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매우 유감"(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문부과학상)이라며 자극적으로 반응했다.

또, 일본정부는 초중학교 사회과 신학습지도요령에 독도 '우리나라(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처음으로 명기하겠다고 밝히며 영토분쟁으로 '확전'을 시도했다.

눈여겨 볼 점은 이런 과정을 통해 아베 총리의 지지율이 높아져 고공행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아베 총리 지지율은 지난달 30일 발표된 니혼게이자이의 조사에서는 66%, 요미우리의 조사에서는 61%이었다. 그 다음날인 31일 산케이신문 조사에선 일본인 조사대상의 80.4%가, 주한 대사 등의 귀국 조치 등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사실상 아베 지지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한국 내에서는 일본 주한대사의 '공백'이 한 달을 넘기더라도 아베 정권의 일방적인 한국 때리기에 밀려선 안 된다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선 국민 감정을 크게 자극할 수도 있는 소녀상 문제에 가능하면 개입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해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본 정부와 정계 일각에서 한일갈등 장기화가 대북 미사일 대응 등과 관련해 일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다시 북핵 한일 공동대처를 명분으로, 양국 간 관계 회복을 희망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일본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7일 주한대사 일시귀국 등 일본 정부의 대응 조치가 장기화하는데 우려를 표시하며 "(주한 대사의) 공백은 가능한 한 짧은 게 좋다. 정부도 생각하고 있을 것이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히 신속하게 이뤄지는 게 좋다"고 말했다.

"한국이 교섭하는데 꽤 성가신 국가"라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던 니카이 간사장은 일본 정계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런 가운데 한일 외교가에서는 현지시간으로 독일 본에서 16∼17일 개최될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가 한일 갈등을 해소할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 나온다. 회의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외무상이 참석할 예정이어서 둘 간에 문제 해결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

G20 외교장관 회의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한일 '외교 냉전'은 당분간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이달 22일 시마네(島根)현이 '다케시마의 날' 행사를 강행할 예정이고 다음달 한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큰 일본의 학습지도요령 개정 일정이 잡혀 있다. 또 4월 말 남부 유럽 모나코에서 국제수로기구(IHO) 제19차 총회가 열려 양국 정부 간 동해 표기를 놓고 치열한 싸움이 예상돼 한일 간 차후 일정은 '첩첩산중'이다.







bk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