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미달 업체 사업자 선정…농식품부 국장 "조용히 처리하라"
감사원, 주요장비 등 물품 구입 및 관리실태 감사 결과 공개
"중앙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비위행위 직접 연루는 이례적"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 공무원들이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 과정에서 평가위원을 교체하면서까지 자격미달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했다가 감사원에 적발됐다.
감사원은 8일 주요장비 등 물품 구입 및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60건의 위법·부당 사항 등을 적발하고, 42명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4월부터 자원화를 위해 가축분뇨를 한곳에 모아 처리하는 '가축분뇨 공동자원화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부 A국장 등은 자기자본금 부족으로 사업 참가 자격이 없는 업체를 서류평가 대상에 포함했다.
A국장은 특히 사업계획서를 통해 해당 업체가 자격 미달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고, 사업 예정지역인 충청남도에서도 해당 업체는 자격 미달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무시했다.
또 해당 업체는 서류평가에서 46.38점을 받아 탈락 대상인데도, A국장은 이 업체에 비판적인 평가위원 3명을 교체하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해 재평가를 강행, 해당 업체를 예비사업자 3순위로 선정했다.
이 과정에서 A국장은 외부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을 염려하고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라고 지시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결국 해당 업체는 지난해 4월 최종사업자로 선정됐고, 국비보조금 등 252억 원을 받았다. 해당 업체는 시설 공사를 위해 70% 정도의 예산을 집행했으면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있다.
농식품부는 특히 해당 업체의 가축분뇨 자원화 시설은 환경영향평가 대상인데도 충남 아산시에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라고 회신했고, 아산시는 시설 인·허가를 내줬다.
감사원은 중앙행정부처 국장급 공무원이 비위 행위에 직접 연루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A국장에 대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부하 직원 2명에 대해 경징계를 요구하는 한편 관련 업체에 대해 수사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또 한국광기술원 연구원들이 수천만 원의 연구비 등을 횡령한 사실을 적발했다.
이들 연구원들은 허위로 구매주문서를 작성한 뒤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에 물품 구입비를 지급하고 이 가운데 일부를 돌려받는 방식으로 9차례에 걸쳐 시약재료비 2천여만원을, 88차례에 걸쳐 장비사용료 2천600여만원을 횡령했다.
이들은 또 적외선광학렌즈 기술개발 과정에서 허위 카탈로그와 물품명세서 등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장비를 구매하겠다고 보고하고 구매부서로부터 물품 대금 1억8천여만원을 받은 뒤 사업목적 외로 사용했다.
감사원은 한국광기술원 연구원 3명에 대해 면직 처분을 내리라고 통보했다.
jesus786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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