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조작국 잣대' 대미 무역흑자 1~2위는 中·日…한국 277억弗

입력 2017-02-08 13:04
'환율조작국 잣대' 대미 무역흑자 1~2위는 中·日…한국 277억弗

中 3천470억弗로 압도적…도이체방크 "美, 곧 중국을 환율조작국 지정할듯"

(서울=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미국의 무역적자에 가장 많이 기여한 교역상대국은 작년에도 중국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교역상대국별 무역수지는 환율조작국 지정을 판단하는 3대 요건 중 하나다.

한국도 무역수지를 포함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정기적으로 환율보고서를 발표하는 4월까지 기다리지 않고 수주일 내에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8일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작년 무역수지 적자는 5천23억 달러로 전년의 5천4억 달러보다 19억 달러(0.4%) 늘어났다. 작년 적자 규모는 2012년 이후 최대치다.

미국의 작년 상품수지 적자는 7천501억 달러로 전년보다 1.6%인 125억 달러 감소했다.

상품수지 적자에 가장 큰 원인이 된 상대국은 중국으로, 적자폭이 3천470억 달러나 됐다. 일본(689억 달러), 독일(649억 달러), 멕시코(632억 달러), 아일랜드(359억 달러), 이탈리아(285억 달러), 한국(277억 달러), 말레이시아(248억 달러), 인도(243억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다만, 중국과 독일에 대한 미국의 상품수지 적자는 전년보다 각각 201억 달러, 100억 달러 줄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잇따라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이 환율을 조작했다며 공격에 나선 가운데이번 무역적자 규모 발표는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하는지를 확인할만한 수치가 추가 공개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재무부는 매년 4월과 10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대미 무역흑자가 200억 달러 이상이고, 경상수지 흑자가 해당국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이면서, 자국 통화가치 상승을 막기 위해 한 방향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반복적으로 단행하는 등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

이에 따라 한국은 앞서 발표된 지난해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 이상이라는 요건을 충족한 데 이어 대미 무역흑자 200억 달러 이상이라는 요건까지 충족하게 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한국의 작년 경상수지 흑자는 987억 달러였다. 우리나라의 경상 GDP는 2015년 기준으로 약 1천560조원이라는 점에 비춰 작년에도 경상수지 흑자가 GDP의 3%를 웃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미국이 곧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징벌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도이체방크는 7일 보고서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곧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만약 대미 무역흑자를 낮추는 방안에 대해 미국과 협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은행은 이런 조처가 수주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며, 다음 환율보고서가 예정된 4월까지 시간을 끌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면, 한국도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국은 지정요건 중 2개를 충족하는 반면, 중국은 하나만 충족하기 때문이다.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 중국, 일본, 독일, 대만, 스위스 등 6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는 환율조작국 지정의 전 단계로 해석된다.



6개국 중 한국과 일본, 독일은 대미무역 흑자와 경상수지 흑자 등 2가지 요건을 충족해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고, 중국은 대미무역흑자 요건만 충족했는데도 한 차례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된 경우 최소 2차례 이상 관찰대상국으로 유지한다는 추가 조항에 따라 환율관찰대상국에 머물렀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재무부가 환율조작국의 판단 기준을 변경한 후 환율조작국 지정을 통해 향후 기존 무역협정을 재협상할 수 있는 법적 권한을 열어놓을 소지가 있다는 일각의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어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 정책을 부분적인 협상 카드로 활용함으로써 무조건 개선 등의 긍정적 효과를 이끌어낼 수도 있지만, 보호무역 정책이 국가 간 무역분쟁으로 심화할 경우 성장의 하방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