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죽음, 정치에 이용말라" 살인사건 유족 트럼프에 공개서한
백악관, 정신이상자에 의한 범행 '이슬람 테러공격' 목록에 올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지난해 호주에서 괴한에게 살해된 영국 여성의 어머니가 딸의 살인사건을 '테러공격'으로 규정한 미국 백악관의 결정에 항의하는 공개서한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지 에일리프의 딸 미아 에일리프-청은 지난해 8월 호주의 한 호텔에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인 프랑스인 괴한 스마일 이야드에게 살해됐다.
범행 당시 괴한은 "신은 위대하다"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 사건을 수사한 현지 경찰은 그가 극단주의에 영향을 받은 흔적은 없다며 테러 가능성을 배제하고 정신이상에 따른 범행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백악관은 이 사건을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영향을 받아 실행된 78건의 테러공격 목록에 올렸다.
최근 이 사실을 알게 된 로지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내 딸의 죽음을 무고한 사람들에 대한 이 정신 나간 박해에 더는 이용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로지는 범인은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모스크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로지는 "종교를 근거로 특정 국가 전체와 그 국민을 비방하는 것은 무지한 사람들이 우리를 어둠과 증오로 이끌도록 허락할 때 뒤따를 수 있는 공포를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사건 당시 미아를 구하려다 살해된 영국인 톰 잭슨의 가족도 백악관의 결정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잭슨의 가족은 페이스북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고문들은 톰과 미아가 테러가 아니라 정신이상자에 의해 숨졌다는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거나 매우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면서 이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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