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軍 호주 훈련장 확장 제동…호주, 토지 강제수용 포기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도시 국가' 싱가포르의 해외 군 훈련시설 확충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싱가포르군의 군 훈련시설 확장에 협조해온 호주가 훈련시설용 토지의 강제수용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일간 더 스트레이츠타임스는 호주 정부가 싱가포르군 훈련시설용 토지를 농민들로부터 강제수용하려던 계획을 폐기했다고 8일 보도했다.
머리스 페인 호주 국방부 장관은 성명을 통해 "싱가포르군의 훈련장 건설에 관한 구체적인 최종안을 포함한 마스터플랜이 2주 이내에 의회에 제출될 것"이라며 "토지 강제 매각에 대해 주민들이 우려하는 것이 분명한 만큼, 이런 우려를 덜기 위해 강제 매각을 배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앞서 싱가포르는 호주와 협상을 통해 22억5천만 호주달러(약 2조원)를 들여 호주 퀸즐랜드주 숄워터 베이와 타운스빌 군기지에 막사와 훈련장 등 시설을 대폭 확충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통해 싱가포르가 확보하기로 했던 토지는 대략 30만㏊로 싱가포르 영토의 4배 크기다.
싱가포르는 이를 통해 호주 내 군 훈련 인력을 현재 연간 6천 명에서 2021년까지 1만4천 명으로 늘리고, 시설 활용 기간도 연간 6주에서 최대 18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었다. 나머지 34주는 호주군이 이 시설을 이용하기로 했었다.
광산업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든 이 지역 주민과 기업들은, 군 시설에 대한 투자를 반겼다.
그러나 이 계획은 농민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이 지역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토지를 소유하고 축산업 등에 종사해온 60여 농가가 토지 강제 수용에 이의를 제기했고, 이는 곧 정치적인 이슈로 부상했다.
결국, 호주 연방정부는 훈련장의 경계를 다시 설정하고 토지를 강제 수용하는 대신 매각을 원하는 농민들에게서만 토지를 사들이는 쪽 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측이 애초 계획했던 훈련장 구획 변경 등도 불가피하게 됐다.
페인 장관 측 대변인은 신문과 인터뷰에서 "훈련장 확장 계획 변경은 양국이 체결한 협정은 물론 싱가포르군의 호주 내 훈련 규모 확충 계획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토 면적이 서울(605㎢)보다 조금 큰 700㎢에 불과한 싱가포르는 군사 훈련에 필요한 공간을 갖지 못해 대만과 호주에서 군훈련과 무기실험을 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에는 대만에서 훈련 후 본국으로 해상운송되던 장갑차 9대가 홍콩 세관에 2개월간 억류되는 일도 있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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