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이 쓴 알렉산더대왕 전기 '알렉산드로스 원정기' 번역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로마 시대 철학자이자 역사가인 아리아노스(86∼160)가 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전기 '알렉산드로스 원정기'가 국내에 처음 번역 출간됐다.
'알렉산더 대왕'으로도 불리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기원전 356∼기원전 323)은 페르시아 제국을 멸망시키고 동방원정에 나서 인도의 인더스 강 유역까지 차지하며 대제국을 건설했던 인물이다.
그리스 문명과 동방 문명이 융합되고 인간을 중시하는 헬레니즘 문명의 초석을 닦은 인물이기도 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대해서는 여러 고대의 저작들이 남아 있다. 이 중 기원전 1세기 그리스인 역사가 디오도로스 시쿨러스가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 300년쯤 지나서 쓴 '역사총서'다. 가장 오래된 저작으로 꼽힌다. 디오도로스는 역사총서의 17권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통치 기간에 할애했다.
이어 1세기 중반∼후반 퀸투스 쿠르티우스 루푸스가 쓴 '알렉산드로스의 생애'와 플루타르코스의 '알렉산드로스의 삶' 등이 유명한 저작이다. 이 중 쿠르티우스의 책은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그 중 아리아노스의 '알렉산드로스 원정기'는 알렉산드로스의 원정 과정에 초점을 맞춘 전기다.
로마 시대 카파도키아 총독과 아테네 집정관을 지내기도 했던 아리아노스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부관이었던 프톨레마이오스와 원정에 참여했던 아리스토불루스의 기록을 토대로 전투과정과 전략은 물론, 동행한 지휘관이나 적장의 이름, 직위, 군대의 규모, 전투지의 지리와 지형까지 자세히 묘사한다.
군사적인 내용은 프톨레마이오스의 진술을, 지리 관련 내용이나 지형학적 세부사항은 기술자나 건축가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아리스토불루스의 기록에 의존했다.
아리아노스의 전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른 전기보다 신뢰할 만한 것으로 평가된다.
아리아노스는 또 주벽과 오만함,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던 폭력성. 과도한 정복욕 등 알렉산드로 대왕의 부정적인 면도 서술해 균형을 잡으려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리아노스는 알렉산드로 대왕의 부정적인 면에도 그의 위대한 업적이 폄하되어서는 안 된다고 결론짓는다.
"누구든 알렉산드로스에게 불리한 증거를 가지고 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알렉산드로스에 대한 비판은 그의 삶과 활동 전체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 (중략) 이 책을 쓰면서 알렉산드로스의 몇몇 잘못을 발견한 것은 사실이지만 알렉산드로스 자체에 대해서는 부끄러움 없이 한없는 존경을 바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를 비판한 부분은 내가 알고 있는 진실을 독자들에게 알려 도움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었다. 내가 이 역사서를 쓰게 된 동기 역시 그 때문이었다."
글항아리. 박우정 옮김. 472쪽.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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