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덜 짜게 먹는다"

입력 2017-02-08 09:56
"부자가 가난한 사람보다 덜 짜게 먹는다"

소득 하위 25%가 상위 25%보다 하루 나트륨 34mg 더 섭취

서울백병원 3만여명 분석결과…"소득 늘리고, 만성질환 예방사업 확대해야"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우리나라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WHO(세계보건기구) 권장치를 크게 초과하는 가운데 소득이 높을수록 덜 짜게, 소득이 낮을수록 더 짜게 먹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신장내과 구호석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3만107명을 대상으로 소득수준과 나트륨 섭취량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8일 밝혔다.

연구팀은 조사 대상자를 소득수준에 따라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인구 가중치를 적용해 한국인 전체 납트륨 섭취량 추청치를 계산했다.

분석결과를 보면 4개 그룹 모두 WHO(세계보건기구)의 하루 평균 나트륨 권장량인 2천㎎보다 1천㎎ 이상을 더 먹었다.

이 중에서도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하위 25%)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천251㎎으로, 소득이 가장 높은 그룹(상위 25%)의 3천217㎎보다 34㎎이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음식에 넣어먹는 소금량으로 환산하면 소득이 하위 25%인 그룹이 하루 평균 85㎎을 더 먹는 셈이다.

구호석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득이 높을수록 끼니를 잘 챙겨 먹어 칼로리와 나트륨 섭취량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왔지만, 이번 연구결과는 반대로 소득이 낮을수록 나트륨 섭취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구 교수는 이런 이유로 소득이 낮으면 식사가 불규칙하고 라면과 같은 인스턴트 음식을 많이 섭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저소득층의 이런 나트륨 섭취 습관은 만성질환 유병률을 높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당뇨병 유병률은 소득이 가장 낮은 그룹이 9.3%로 가장 높은 그룹의 8.1%보다 1.2% 포인트 높았다. 또 고혈압도 같은 조건에서 각각 27.8%, 25.9%로 1.9% 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소득이 낮은 그룹은 병원 치료도 더 못 받고 있었다. 병원에 다니지 않는 환자의 비율은 최하위 소득 그룹이 22.3%로 최상위 소득 그룹(14.9%)보다 7.4% 포인트 높았다.

병원에 다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소득이 가장 낮은 집단의 36.6%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지만 소득이 가장 높은 집단은 이런 이유가 10%에 그쳤다.

구호석 교수는 "소득이 낮을수록 나트륨 섭취율과 만성질환 유병률이 높지만, 정작 병원에 다니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다는 게 문제"라며 "특히 소득이 적은 노인의 경우 40% 이상이 2개 이상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만큼 노인인구의 소득을 높이고 만성질환 예방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에서 발행되는 국제학술지 '메디슨'(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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