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러 대사 "사드, 北핵미사일 위협 억제 목적 넘어서는 것"

입력 2017-02-07 22:38
주한 러 대사 "사드, 北핵미사일 위협 억제 목적 넘어서는 것"

자국 언론 인터뷰…"美 글로벌 MD 일환, 러 안보에 직접적 위협"

"北핵지위 인정않지만 6자회담이 해결책…나진-하산 사업 한국참여 배제 안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한국 배치를 또다시 경고하고 나섰다.

알렉산드르 티모닌 주한 러시아 대사는 7일(현지시간) 자국 '외교관의 날'을 앞두고 타스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사드 시스템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 억제 목적을 넘어서는 미국 글로벌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러시아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티모닌 대사는 "미국 사드 시스템의 한국 배치는 러시아의 심각한 우려 사항으로 남아있다"면서 "사드가 전적으로 방어용이며 북한 미사일 위협 억제를 위한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하지만, 러시아는 이 문제를 좀 더 넓은 지평에서 미국이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동북아 지역에 글로벌 MD 시스템의 새로운 지역 체계를 구축하려는 노력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 글로벌 MD 시스템의 핵심 목적은 러시아 미사일 전력의 효율성을 최대한 저하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드는 러시아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이 어떤 방식으로 자국 안보를 확보할지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주권 국가임은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보기에 사드시스템의 한국 배치는 현존하거나 잠재적인 북한 위협의 억제라는 과제를 넘어서는 것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행보(사드 한국 배치)는 기존 전략적 균형을 깨트리고 동북아 지역에서 상호 신뢰관계, 파트너십과 협력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지속적 노력에 해를 끼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티모닌 대사는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인정할 수 없다는 러시아의 입장을 확인하면서도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을 통한 정치·외교적 방법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이 일방적으로 선언한 핵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핵미사일 전력 강화 노선이 북한의 안보 확보에 도움이 되지 않고 한반도 정세의 추가적 악화와 지역 상황의 회복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과 관련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 2321호를 지지하고 이 결의들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러시아는 미국이나 그 동맹국들의 북한에 대한 지나치게 엄격한 태도도 공유하지 않는다"며 "제재와 다른 압박이 언젠가는 북한을 붕괴로 이끌 것이라거나 북한 지도부로 하여금 원칙적 문제에서 심각한 양보를 하도록 만들 것이란 계산이 잘못된 것임은 우리에게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핵 문제를 포함한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해결 방안은 북한을 6자회담에 돌아오도록 하기위한 정치·외교적 노력을 지속하는 것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좀 더 넓은 국제적 맥락에서 볼 때 한반도 비핵화는 동북아 지역의 전반적 군사·정치적 긴장 해소와 역내 국가 간 군사적 대결수준 축소 및 상호 신뢰 기반 강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러 관계에 대해 티모닌 대사는 "미래를 지향하는, 상호 이익이 되는 한국과의 관계는 아태지역 러시아 외교의 우선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21세기에 양국 간의 진실한 선린·협력 관계를 방해할 어떤 역사적·정치적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정치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적합한 환경이 갖춰지면 러-북한 간 나진-하산 (복합물류) 프로젝트 실현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하는 문제도 현안에서 제외하지 않고 있다"고 소개했다.

티모닌 대사는 앞서 3일 서울 러시아대사관에서 한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도 "사드 배치가 이뤄지면 러시아는 일정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자국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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