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인수전 뛰어든 SK하이닉스…낸드 강화 포석

입력 2017-02-07 20:31
수정 2017-02-08 06:36
도시바 인수전 뛰어든 SK하이닉스…낸드 강화 포석

성공 땐 도시바와 협력, 낸드 기술 확보…美웨스턴디지털 등과 경쟁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2위의 낸드플래시 메모리반도체 생산업체인 일본 도시바의 지분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7일 "도시바의 낸드 사업에 대한 지분 인수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SK하이닉스는 "이 제안서는 구속력이 없는 것으로 최종 입찰 참여 여부는 미정"이라고 밝혔지만 SK머티리얼즈[036490], LG실트론 인수 등 최근 반도체 사업에서 활발한 M&A 행보를 볼 때 인수 의지는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낸드플래시는 D램과 더불어 메모리 반도체의 양대산맥을 이룬다.

D램은 PC와 서버용 등 전통적 IT 전자기기의 스토리지(저장장치)에 주로 사용된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정체된 D램과 달리 낸드플래시 시장은 당분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1GB(기가바이트)로 환산한 낸드플래시 출하량은 2015년 822억개에서 2020년 5천84억개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CAGR)이 무려 45%에 달한다.

같은 기간 D램의 비트 그로스(출하용량 증가율)는 낸드플래시의 절반 수준인 25%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세계 2위 메모리 반도체 업체다. 그러나 낸드플래시 사업 경쟁력은 D램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

지난해 3분기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005930](36.6%), 도시바(19.8%), 웨스턴디지털(17.1%), SK하이닉스(10.4%), 마이크론(9.8%) 순이었다.

SK하이닉스가 낸드플래시 원조격인 도시바의 반도체 부문 지분 20%를 확보하게 된다면, 도시바의 기존 합작사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과 연합을 통해 낸드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콘트롤러 기술을 강화하기 위해 애썼지만 난관에 부딪혔다. 컨트롤러 기술이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도시바와 협력하면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eMMC(내장형 메모리) 등의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도시바-웨스턴디지털 진영과 SK하이닉스 간의 연합이 이뤄진다면 시장점유율은 47.3%로 삼성전자의 36.6%를 넘어서게 된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도시바와의 총괄적 R&D 협력, 도시바 보유 IP에 대한 제한 없는 접근 등이 SK하이닉스의 인수전 참여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현우 미래에셋대우[006800]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낸드 시장 진출이 늦어 선발 업체를 따라잡느라 어려움을 겪었고 '만년 적자' 상태였다"며 "도시바 지분 인수로 낸드 관련 특허를 확보하면 11.9%인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인수에 성공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이번 인수전에는 SK하이닉스를 포함해 반도체 부문에서 도시바와 협력 중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 미국의 베인캐피탈 등 투자펀드 등 5곳가량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 중국의 칭화유니그룹 등 중국 업체들은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해 샤프를 인수한 뒤 삼성전자에 디스플레이 공급 중단을 선언한 대만 홍하이도 관심을 보였지만 참여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도시바 입장에서는 2D 낸드에 비해 뒤처진 3D 낸드 시장에서 도약을 위한 투자자금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어떤 상대를 택하든 지분 매각 자체는 긍정적이다.

비슷한 가격을 써냈다면 도시바는 현재 협력관계인 웨스턴디지털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있다.

반도체 제조 거점인 미에현 요카이치공장을 공동 운영 중인 웨스턴디지털이 낙찰된다면 업계 1위인 삼성전자와 4위인 SK하이닉스에 모두 위협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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