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銀 개인신용대출 72%가 20%대 고금리…"불황시 부실위험"
1년새 38% 급증…당국 '대출 조이기'에 고금리 일변도 대출 어려워질 듯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저축은행이 신용대출을 급격히 늘린 가운데 전체 대출금액의 70% 이상에 연 20%대 고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의 차주가 고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데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가 많아 경기 침체 때 저축은행 개인 차주부터 부실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지난해 9월 현재 8조4천700억원으로 1년 새 37.9%(2조3천300억원) 증가했다.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 자산에서 개인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4년 말 17.3%에서 2015년 말 18.3%로 높아지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20%대를 넘어섰다. 작년 9월 말 비중은 20.6%다.
저축은행들은 2011년 영업정지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타격을 받은 이후 개인 신용대출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특히 상위 6개사(신용대출 취급액 기준)의 대출이 크게 늘었다.
OK·SBI·웰컴·JT친애·현대·페퍼저축은행이 저축은행 전체 신용대출 규모의 절반가량(46.7%)을 차지한다.
대부업체가 인수한 OK와 웰컴저축은행은 대부업 고객의 저축은행 전환을 추진하면서 신용대출을 급격히 늘렸다.
저축은행들이 개인 신용대출에 적용하는 금리는 20%대 고금리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1∼9월 신규 취급된 개인 신용대출 4조원 가운데 대출금리가 연 20% 이상을 넘는 대출금액은 2조9천억원으로 72%를 차지했다.
저축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4∼7등급의 중·저신용자를 주된 대상으로 한다.
금융감독원 집계 결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린 개인 차주(신용대출·담보대출 포함) 99.5%의 신용등급이 4등급 이하였다.
저축은행 다중채무자 중 신용등급 6∼10등급인 차주의 대출 비중은 85%로 상호금융(36%), 여신전문금융회사(43%)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기 침체시 부실 위험이 다른 금융회사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예보가 분석한 결과 저축은행은 4∼5등급 중신용자에 개인 신용대출을 했을 때 대출마진(7∼8%)을 가장 크게 얻고 있었다.
반면 8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에선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신용자에 대해서는 신용도나 상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해 대출금리를 낮추고 저신용자 대출은 일부 축소할 유인이 있는 셈이다.
저축은행들의 고금리 일변도 대출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저축은행들이 자의적으로 대출금리 산정을 하지 않도록 다음 달 중으로 금리 관련 세부 규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저축은행들이 금리가 20% 이상인 고위험 대출을 한 경우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일반 대출보다 20% 쌓아야 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업 감독 규정' 개정안도 시행을 앞두고 있다.
김찬영 예금보험공사 저축은행 차장은 "고위험 신용대출은 경기 하강 때 손실 폭이 크고 대손충당금 부담도 커진다"며 "앞으로 저축은행의 대출 심사와 대출 채권 사후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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