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거 121일" 학내 갈등 풀까…서울대 학생·교수 대화 나서
학생 향한 징계에 한 목소리 비판…점거 해제 놓고는 '이견'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서울대의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둘러싼 학내 갈등이 고조되자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원활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양측은 시흥캠퍼스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 제기나 반대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학생들이 121일째 지속한 본관(행정관) 점거 해제 방안에 대해서는 뜻을 하나로 모으지 못했다.
점거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구성한 '서울대 본부점거본부'는 7일 사회과학대 국제회의실에서 시흥캠퍼스 사태 해결을 위한 교수-학생 간담회를 열어 교수 8명과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날 만남은 몇몇 교수들이 '본부 점거 농성 사태 해결을 위해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호소문을 준비하고 서명에 나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학생 측이 요청해 이뤄졌다.
앞서 3일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호소문을 내고 "이제는 대화로 시흥캠퍼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할 때"라며 본관을 점거한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을 제안한 바 있다.
평교수를 대표해 참석한 서이종 사회학과 교수는 "권력자에 대한 저항의 표시가 아니라 본부, 학생에 호소하는 서명을 할 수밖에 없어 안타깝고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토로했다.
그러나 서 교수는 "시흥캠퍼스 조성 취지, 내용에 대한 학생들의 문제 제기에 충분히 공감하고 지지하지만 그 수단이 적절한가 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학을 가르치는 한 교수는 "점거가 120일 넘게 되면서 '긴급성'은 소지되고 '불법성'은 축적되고 있다"면서 "장기 점거에 따른 직원들의 업무 불편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수는 학생들에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을 철회하지 않으면 계속 투쟁하겠다는 계획이냐", "반드시 거기서만(본관) 투쟁을 해야 하는가"라며 의견을 묻기도 했다.
이에 학생들은 "자체적인 토론의 결과로 총장이 제안한 '대타협안'을 거부했다"면서"9일 전체 학생대표자회의에서 본부 점거 투쟁계획안이 단일안으로 상정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재정 조달 계획이 전무한 시흥캠퍼스 사업은 3년 전 준공한 평창 캠퍼스처럼 '돈 먹는 하마'가 되어 더 많은 구성원에게 부담을 전가할 것"이라고 재차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흥캠퍼스는 대학 기업화의 흐름이 부동산 투기와 맞물린 결과"라며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한국 교육의 근본적 방향성에 대한 문제 제기라는 것을 알아달라"고 말했다.
이날 교수들은 학생들에 대한 학교 측의 징계 시도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학교는 본관 점거에 참여한 학생 29명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다 현재 일시적으로 멈춘 상태다.
대화에 나선 한 교수는 "29명에 대한 징계는 교육자 입장에서는 울화통이 터지는 일"이라 비판했고, 다른 교수는 "학생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인다면 찬성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지난해 8월 시흥캠퍼스 조성 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고 경기 시흥시 등과 실시협약을 체결했지만 학생들은 이에 반발해 그해 10월 10일부터 본관을 점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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