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D-10] ③ 극우 호텔로 벌집만 쑤시고…시작부터 '어수선'

입력 2017-02-08 03:00
수정 2017-02-08 06:28
[삿포로 D-10] ③ 극우 호텔로 벌집만 쑤시고…시작부터 '어수선'

스키 등 일부 종목은 세계선수권과 일정 겹쳐 2진 파견·불참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 일본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19~26일)이 오는 9일이면 열흘간의 '카운트다운'에 들어간다.

내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둔 우리나라로서는 '평창 전초전'으로 더욱 관심이 가는 행사지만 개막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대회 분위기 자체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이번 대회 가장 큰 논란거리는 선수단 숙소로 지정된 일본 아파(APA) 호텔이다.

삿포로 북쪽에 있는 '아파호텔 마코마나이 호텔 & 리조트'는 삿포로 주 경기장과 가까워 한국을 비롯해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 약 2천 명이 숙박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이 호텔의 모든 객실에 역사를 왜곡하는 극우성향의 책들이 비치돼 있다는 점이다.

호텔 창업자인 모토야 도시오가 쓴 이 책들에는 위안부 강제동원과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헌장에 어긋나는 것은 물론 한국, 중국, 일본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했다.

OCA 헌장 제36조 부칙에는 "어떠한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선전도 OCA 대회 장소에서 허용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대회 조직위 측에 다른 숙소를 요청하는 한편 자국 여행업체들에까지 아파 호텔을 이용하지 말라는 지침을 내렸다.

대한체육회는 처음에는 이 호텔에서 극우 서적을 치우는 선에서 사태를 마무리하려 했으나 논란이 계속되자 숙소 변경을 요청했다.

결국, 한국과 중국 모두 아파 호텔이 아닌 다른 곳에 선수단이 머물게 되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일본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도쿄 번화가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등 아시아인의 화합을 다지는 축제가 되기는커녕 갈등만 부추기는 모양새다.

손님을 초대하는 처지에서 세심한 검토 없이 공식 숙소를 정한 대회 조직위의 무신경이 불필요한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또 이번 대회는 일부 종목이 세계선수권대회와 일정이 겹쳐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삿포로로 발길을 쉽게 떼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선수권과 일정이 겹치는 스키 종목에서는 일부 국가의 경우 2진을 파견하거나 선수를 아예 보내지 않은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동안 한국은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 대회 일정이 겹칠 경우, 아시안게임에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이 있었다.

남자 선수들의 경우 병역 특례 혜택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세계선수권의 경우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직행 티켓이 걸려 있어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6년 만에 다시 열리는 올해 동계 아시안게임에는 31개 나라에서 1천 100명 정도의 선수가 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삿포로 아시안게임에는 오세아니아주에 속한 호주와 뉴질랜드가 사상 처음으로 참가한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OCA 회원국이 아니어서 개인 종목에 한해 초청 선수 자격으로 출전한다. 3위 이내의 성적을 내도 메달은 수여되지 않는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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