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트럼프가 되겠다'…여당의원 탈당·신당창당 선언
상원의원 버나디 "국민 뜻 반영" 주장…턴불 총리 지도력 타격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호주를 다시 위대하게"(make Australia great again)
자칭 '호주의 트럼프'가 되고자 하는 한 여당 연방 상원의원의 급작스러운 행동이 연초 호주 정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지난해 7월 6년 임기의 연방 상원의원으로 재선에 성공한 코리 버나디(47)는 7일 보수 성향의 집권 자유당 탈당을 선언하며 보수 색채가 강화된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선 7개월만에 이뤄진 탈당 소식에 호주 자유당은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운 분위기이지만, 야당은 여당의 혼란을 즐기는 분위기다.
버나디 의원은 이날 상원 연설에서 "주요 정당에 대한 대중의 환멸이나 우리 정치에 대한 신뢰 부족, 나라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우려가 매우 상당하다"며 "지금이 더 나은 길, 보수적인 길로 갈 때"라고 설명했다.
버나디 의원은 앞서 자신이 당 내에서 '외로운 늑대'였다며 여당의 정책이 더욱 보수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쪽으로 옮겨가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도 그의 탈당을 재촉하는 이유가 됐다고 호주 일부 언론은 전했다.
그러나 이탈리아계 이민자 자녀인 버나디 의원은 트럼프와는 다르다고 허핑턴포스트 호주판은 전했다.
버나디는 가족의 가치를 중시하고 동성결혼에 반대하며 부르카 금지를 원할 정도로 이슬람에 거부감을 보인다.
그는 보호무역주의자나 고립주의자가 아닌 자유시장주의자며 무엇보다도 트럼프와 같은 인지도도 없다. 설사 창당을 하더라도 이미 강한 보수성을 띠고 있는 '닉 제노펀 팀'과 같은 소수 정당과도 경쟁해야 할 판이다.
버나디 의원의 한계에도 그의 탈당은 현 맬컴 턴불 총리에게는 당내 갈등이 악화하는 등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실시된 연방하원 선거에서 단지 1석을 넘는 과반을 차지하는데 그친 데다 이미 연방상원에서는 과반에 훨씬 못 미쳐 법안을 통과하려면 이제 9석을 소수 정당이나 무소속으로부터 끌어와야 한다.
특히 턴불 총리는 이미 당내 보수 강경파에 밀려 인종차별이나 환경, 동성결혼 등의 문제에서 자신의 뜻과 관계 없이 뒷걸음질을 치는 상황에서 보수색을 더 강화하라는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일부에서는 턴불 총리가 머지않아 당내 반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공개된 호주의 뉴스폴 여론조사에서 '호주가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식을 따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찬성이나 반대가 비슷한 수준으로 나왔다.
응답자의 44%는 호주가 트럼프의 길을 따르는 것을 찬성한다고 밝혔지만, 45%는 반대한다고 밝혔다. 11%는 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보수 성향의 집권 자유당-국민당 연합 지지자 사이에서는 찬성한다는 응답이 52%로 반대한다는 39%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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