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불나면 탈출 어려워…문 못열고, 강화유리 깰 망치 못찾아
"문 수동개폐·강화유리 깨기 어려워…비상구 설치 의무화해야"
(여수=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 "운전기사가 버스 문을 열지 않았다면 승객들이 빠져나오지 못하고 대형 참사가 났을 겁니다."
6일 전남 여수 시내버스 방화 사건을 계기로 시내버스에서 불이 나면 언제든지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은 운전기사 임모(48)씨의 신속한 초동 대처가 대형 참사를 막는 계기가 됐다.
방화범 문모(69)씨가 운전석 바로 뒤에서 불을 붙이자 임씨가 곧바로 앞뒤 문을 모두 열었고 승객들이 열린 문으로 질서있게 내릴 수 있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임씨가 문을 열지 않았다면 승객 대부분은 불에 탄 버스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연기에 질식됐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내버스에는 가연성 소재가 많아 불이 나면 내부가 순식간에 불과 함께 연기와 유독가스로 가득 차게 된다.
삽시간에 번진 불과 연기 때문에 수동으로 문을 열기 어렵고 머리 위 비상망치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문이 열리지 않는 한 빠져나오기 어렵고 강화유리로 된 창문은 비상망치 외에는 깨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지난해 10월 울산 경부고속도로에서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도 별도의 비상구가 없는 데다 유리를 깰 수 있는 비상망치를 찾지 못해 승객들이 대피할 기회를 놓치면서 많은 사상자가 나왔다.
현행 자동차 안전기준은 승차정원 16인 이상 자동차(시내버스 포함)의 경우 차체 뒤쪽에 폭 40㎝, 높이 120㎝ 이상의 비상구를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상시 탈출을 위해 창문을 깰 수 있는 장구(비상망치)를 4개 이상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일정 규격 이상으로 총면적이 2㎡ 이상인 강화유리 창문이 있으면 비상구를 대체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종사자와 시민을 상대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무엇보다 비상구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일본이나 유럽의 경우에는 어린이 버스와 30인 이상의 버스에는 비상구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광주소방안전본부 관계자는 7일 "강화유리를 비상구로 대체한다면 쉽게 깰 수 있어야 하는데, 비상 시 망치를 찾아 유리를 깨는 것이 쉽지 않다"며 "비상망치를 눈에 잘 띄게 하고, 화재 발생 시 침착하게 대처하도록 일상에서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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