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믿을 화재경보기 "불이야" 소리쳐야…연 300명 질식사

입력 2017-02-07 14:00
못믿을 화재경보기 "불이야" 소리쳐야…연 300명 질식사

삽시간에 번지는 화재 유독 연기…"신속한 인지ㆍ대피가 최선"

"비상계단도 하나보단 두 개…불연·난연 건축자재 사용도 중요"

(화성·수원=연합뉴스) 류수현 기자 = 화재 연기에 질식해 300명가량이 매년 목숨을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체 건강한 성인조차 실내에서 불이 났을 때 발생하는 일산화탄소(CO)를 소량이라도 들이마시면 행동력이 제로에 가까워질 정도로 화재 연기의 독성은 매우 강하다.



화재 피해를 줄이기 위한 건축 설계나 안전 관리도 필요하지만, 불이 나면 유독 연기가 급속도로 확산하기 때문에 화재 사실을 최대한 빨리 알아채고 신속하게 대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 국민안전처가 안전사고 사망자 수를 분석한 결과 '건물 및 구조물에서의 화재·연기 질식사고'로 2015년 269명이 숨졌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1년 254명, 2012년 311명, 2013년 299명, 2014년 323명 등이다.

실내에 불이 났다고 가정했을 때, 발생한 연기는 1초 이내 천장에 도달하고 수평으로 초당 30∼50㎝가량 이동한다. 상승 속도는 10배 더 빠른 3∼5m다.

자재가 타면 이산화탄소(C02)와 일산화탄소(CO) 등을 배출한다. 이산화탄소가 많은 연기라면 기침을 하면서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일산화탄소는 이산화탄소보다 허용 기준이 100배 낮아 한두 모금만 들이켜도 금방 질식한다.

4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탄 메타폴리스 상가에서 발생한 화재는 관리업체가 스프링클러와 경보기를 꺼놔서 화재 알림이 최소 7분가량 지체된 것으로 조사됐다.



화재가 발생하자마자 스프링클러가 작동하고 경보기가 쩌렁쩌렁 울렸더라면 대피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돼 인명피해가 줄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나온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는 7일 "10여 년 전과 비교해 건물 상태, 소방 시설 등이 좋아져 화재로 인한 연기 질식사는 40% 정도 줄었지만, 연간 약 300명이 숨지는 등 여전히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연기가 이미 퍼진 상태에서 화재를 인지하면 대피할 수 있는 타이밍을 놓치게 돼 다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은 대부분 건물에 소방시설이 완비됐으나 감지기가 작동하기 전에 화재를 먼저 인지하면, 다른 사람도 대피할 수 있도록 '불이야' 하며 고함을 치고, 건물마다 직경 10㎝ 정도의 빨간 '화재발신기'가 설치돼있는데 작동하면 소리가 매우 크므로 반드시 눌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국민안전처 국가화재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발생한 화재는 4만3천400여건이다.



이 중 담배꽁초나 음식물 조리 등 '부주의'로 인한 화재는 2만2천600여건으로 전체 화재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조금만 신경 쓰면 화재 자체를 예방할 수 있고, 더불어 인명피해도 줄일 수 있다.

최영상 대구보건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쓰레기 소각, 빨래 삶기 등 불이 나는 원인 가운데 절반은 '조심하지 않아서'"라며 "기초적인 안전 의식만 갖춰도 큰 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화재 4건 중 1건은 주거지에서 발생하는데 아파트와 비교해 기초 소방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은 주택 거주민은 화재를 늦게 알 수밖에 없다"며 "화재 사실을 빨리 알아채는 게 중요한 만큼 소화기와 경보기를 설치하는 등 만발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건물 설계 과정에서도 피해를 줄일 방법은 있다.

이용재 교수는 "상승하는 연기는 계단을 통해 빠르게 확산해서 건물에 비상계단이 하나만 있는 것보단 서로 다른 두 개가 있는 게 좋다"면서 "하나는 유독 연기에 오염되더라도 다른 하나는 그렇지 않아서 사람들이 대피하는 데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인세진 우송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건물 내장재가 불연 또는 난연 자재면 좋겠지만, 일률적으로 법을 규제하면 관련 업계가 큰 혼란을 겪을수 있으니 건축 시 어디까지 불연, 난연자재 등을 사용할지 여러 안전 외 요소들을 따져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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